"어이, 빛프로! 과장진급을 축하해!"
"예 감사합니다 수석님. 다 수석님 덕분입니다."
"에이 뭐 빛프로가 열심히 해서 얻어낸 걸"
"아닙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여전히 목마른 채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오글거린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직장인이라면 본인이 속한 사내 내규에 따라 '직급'을 부여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많은 회사를 다녀 본 것은 아니라,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사내 직급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사원 대리등의 1 직급, 과장 차장등의 2 직급, 마지막으로 부장급 이상 3 직급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필자는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조직 내에서 중간만 가자. 머리도 꼬리도 싫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래서 다른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일을 했던 기억이 있고, 현재 또한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기본 태도를 동료직원들이 좋게 봐줬는지, 앞서 이야기했던 2 직급이 되는 데 있어 한 번에 진급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회사 입사 간에는 소위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조직 내에 많을 것으로 생각했었고, 실제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모두 나보다 일을 잘한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최초 설정한 '중간만 가자'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하다간, 조직에서 '꼬리'에 머무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을, 입사하고 오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필자는 이전 브런치들에서 이야기드린 대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조직 내에서 찾기 시작했었고, 그것은 남들이 모두 하기 싫어하는 '전화받기' 업무였었다.
"개발자에게 무슨 전화를 받게 시켜요?" 라며, 그 당시 나의 담당 TL(테크니컬 리더)가 보호막을 해 주려 했지만, 고객사의 제안을 내가 직접 듣고, 내가 하겠다고 손을 들었었다. 개발능력이 다른 동료들에 비해 좋지 않아, 나에게는 주요한 요건들 의뢰가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나는 동료 개발자들과 동일 선상에서의 경쟁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기회는 그런 곳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드러나지 않아도, 팀에는 도움이 되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으로 열심히 CS업무를 대응하며 동료들의 귀한 시간을 줄이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했다. 그 티핑 포인트를 계기로, 필자는 '혼자 알아서 일을 잘 해내는 친구'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다소 새 나갔는데, 오늘 필자가 할 이야기는 앞으로 기술할 '진급 심사 발표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필자가 1 직급에서 2 직급으로 진급을 한 뒤, 오래지 않아 조직 내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 진급 심사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들이 공감을 얻었었다.
'진급 누락한 사람들의 마음은 헤아려 주지 않고, 진급 한 사람들의 이름을 걸어 두기만 하면 되는 건가?'
'누가 진급 안 하고 싶어 안 했나. 나도 열심히 했다고. 벌써 세 번째 누락이야.'
'진급심사는 불공정해. 평가자와 친한 사람들만 죄다 진급하잖아.'
이는 필자가 느끼기에 사회 분위기의 급격한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일이 없어도 선배들이 테스트라도 하며 업무를 배우라고 강제로 저녁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도록 강제했던 적도 있다. 더 나아가 주말에도 나오라고는 했지만... 차마 필자는 그건 받을 수 없다며 맞섰었고, 그 일을 계기로 다소 서먹해진 선배들도 있다.
요즘 시대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선배가 있다면, 아마 '꼰대'취급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만 그치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인사 계통을 통해 투서가 들어간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다며 해당 동료는 경고이상의 처분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사회는 점점 '강강'에서, '중강약'으로 약해져 내려오고 있다. 약하다는 표현이 다소 거슬릴 독자분들도 있겠지만, 더 나은 표현은 지금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물론, 필자도 이런 사회 분위기 변화에 이득을 보는 경우도 많다. 예전 같으면 밤새 당일 이슈를 처리하고 갔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정도는 '꼭 오늘 해야 되나요?' 라며 찔러보기를 하곤 한다. 담당자들도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러라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몇 년 전부터 우리 회사에서는 진급자 발표를 더 이상 게시판에 올리지 않았다. 당사자에게만 사내 메일로 진급 축하 통보가 간다고는 하는데, 그 직원의 슈퍼바이저 같은 경우는 이미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들을 통해 가까운 업무 관계에 놓인 동료들에게는 전파가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알음알음' 진급한 동료분을 찾아가 '축하'의 메시지를 아주 어색하게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권프로님, 부장진급 이야기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누구한테? 아 그거 딱히 알만한 사람이 없는데..."
"출처는.. 묻지 마시고, 아무튼 축하드린다는 말도 제대로 못 드리네요, 감축드리옵니다."
결국 진급 심사라는 것은 한정된 직급 Pool을 두고, 전 직원들이 각자 회사에 기여한 부분을 모아 평가를 받은 것을 토대로, '경쟁'을 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경쟁에는 응당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며, 승자는 축하를 받아 마땅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필자는 진급에 실패한 동료분들께는 별다른 이야기를 드리지 않는 편이었던 거 같다. 내겐 위로랍시고 드린 단어 한마디도 상대방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제한된 '좋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수많은 경쟁들을 해 오며 자라왔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대학'이라는 자원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직장'이라는 자원을 얻기 위해 다시 한번 노력했던 경험들이 있다. 좋은 직장이든, 그렇지 못한 직장이든 In-House에서는 또다시 '좋은 평가'라는 자원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하기 싫어도 말이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의 경우도 나름대로의 많은 노력을 하고 조직에 기여하여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왜 이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초등학교부터 직장을 들어오는 그 순간까지도 사회는 매정하게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웠었는데, 그러한 경쟁은 그대로 두고, 개인과 팀이 열심히 노력하여 얻어낸 결과에 대해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를 자신 있게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은 개인적인 견해로는 매우 아쉽다고 생각한다.
진급에 성공하거나 평가를 잘 받아 '좋은 자원'을 획득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그 노고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함께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여 팀에 지속 기여하게 하고, 그렇지 못했던 직원들에게도 다시 재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정확한 업무 피드백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짧은 생각과 함께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