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기업 CEO의 신입사원 및 저연차 직원들을 향한 지침 하달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침의 요지는,
"업무시간에 일을 다 했더라도, 저녁까지 가급적 남겨 교육이라도 시키라는 내용"인데, 상세 지침은 독자분들께서 찾아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저 말을 보고 필자의 신입사원 시절 및 저연차 때 생각이 절로 났다. 그러지 않을 청년들이 어딨겠냐만, 필자 또한 취업의 '간절함'을 경험하고 입사했던 터라, 자진해서 야근을 하고 선배들을 부단히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그 당시 주말 출근도 불사했었다. '1인분'을 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는데,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레거시 코드를 정말 머릿속에 암기할 정도로 정리하는 일 있었었다.
때마침 결실도 맛보았다. 약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을까? 선배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입사한 나에 대해서 조금씩 화면 개발을 맡기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최대치는, 선배들의 레거시 소스를 보고 기능에 맞춰 살짝 수정하는 일이 부여되었지만, 내 나름대로 '0.5'인분 정도는 해 내는 거 같아 뿌듯했던 기억도 난다. 점차 이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내가 볼 수 있는 화면을 확장하는데 집중했고, 나중에 가서는 선배들이 휴가등으로 자리를 비워도, 입사 1년도 안된 내가 고객사를 상대로 로직을 설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뭐, 물론 그 이후 필자가 하는 일이 회사 내 사업 구조 변경과 맞물리면서, 다시 처음부터 배우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기에, 점차 스스로 업무를 알아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빌어, 독자분들께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말은, '주니어 시절은 생각보다 매우 짧더라'라는 것이다. 실수를 해도 웃어넘기고,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주변 동료들이 이해해 주는 시기는 생각보다 매우 짧더라.
사회든 회사든, 연차가 쌓여갈수록 기대하는 바가 점점 높아진다. 물론 본인의 성취 의지에 따라 그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는 문화가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은 필자도 잘 아는 바이지만,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이때, '주니어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 가'가 주요한 본인의 밑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주니어시절의 꼭 얻었으면 하는 소프트 스킬 경험으로는, "업무의 끝맺음"을 꼽고 싶다.
보통 일을 시작하게 되면, 업무를 요청한 사람과 업무를 받는 사람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리고 업무를 요청한 사람 위에는 또 다른 고객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업무를 받은 사람'이라고 가정할 때, 본인이 보고하는 습관을 반드시 들이면 좋겠다.
보통, 업무의 보고는 '메일'로서 자신의 일에 대한 경과를 알리게 되는데, 이때 점차 요구사항이 늘어날 수도 있고, 인력 혹은 일정 등의 이슈를 조율하기 위해 상사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자신의 의견을 담은 메일을 상사에게만 살짝 보내보자. 그러고 의견을 구하자. 아마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의견을 받아, 본인의 생각을 담아 보고 함으로써 업무의 끝맺음을 경험해 보자.
여기서의 핵심은, 상사에게 자신의 이슈에 대해 '어떻게든 네가 처리해 주세요. 왜냐면 저의 상사시잖아요'라는 태도는 금물이다. 상사나 동료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지, 그들에게 대신 메일등, 보고를 대신해 달라고 하지 않는 경험을 주니어 때부터 해 나간다면, 앞으로 점점 높아지는 업무 기대치에도 부합할 수 있을 만큼 업무 멧집이 강해질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또 하나, 필자가 주니어시절에 꼭 배웠으면 하는 하드 스킬 경험으로는, "납기 준수"이다.
여기서 납기준수란, 단순히 화면 혹은 기능만 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개발한 코드 등에 있어 기능 구현은 물론이고, 주변 기능과의 영향도 등을 다각도로 체크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한 내 개발을 마치기 위해선 그리하여 역설적으로 "분석 설계" 작업이 개발보다 훨씬 중요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개발스킬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개발 기한이 고정되었다. 그러면 나머지 중간에 있는 각종 변수들을 잘 컨트롤해 기한 내에 납기를 하기 위한 분석설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보통 주니 어땐 선배들에게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대신 업무를 해 주는 경우는 있지만, 그건 '구현'에 대한 것뿐이고, 나머지 납기 준수를 위한 변수들은 개발자 본인이 업무를 이끌고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그렇게 까지 일을 해야 해?'라는 반응도 분명 이해한다.
하지만, 요새 같은 불경기에 필자가 일하는 IT서비스업 쪽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운이 좋아 어떤 대기업의 정규직으로 들어가 경쟁이 덜한 근무 환경이라면 모를까(내부 진급 경쟁이 아닌, 먹고사는 문제를 의미함), 그렇지 않고 일이 없으면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게다가, 요새 정규직이라고 안전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인생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구인란에서, 나를 지켜줄 것은 '실력'과 '평판'뿐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업무 태도를 주니어 때부터 잘 기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장의 위축과는 별개로 어디서든 본인이 '선택'하며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력시장 초기의 진입 시, 그 안에서 'Free'로 자신의 시간 혹은 노력을 투입해야 할 때가 많다. 왜냐면 시장에서는 그 사람의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주니어 때,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태도와 더불어, 일을 처리하기 위한 하드스킬을 잘 배워 둔다면, 그 일을 앞으로 해 나감에 있어 정말 큰 자산이 되어 점차 커지는 스노 볼처럼, 어느 곳에서나 '선택' 받는 훌륭한 인재로 커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니어 시절, 좋은 경험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업무에 대한 몰입과 그 몰입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많은 분들이 더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필자의 생각을 한번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