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동쪽에 거주한다. 회사 또한 서울의 동쪽, 잠실에 위치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나중에 다룰일이 있겠지만, 내가 자주 타는 역에서 지하철로 4 정거장 밖에 되지 않아 평상시 잠실을 벗어나는 일은 잘 없다.
"잠실로와, 사줄게" 보통 나의 레퍼토리다. 그래서일까, 서울의 동쪽인 양평 및 가평은 자주 가는 편이지만, 서쪽인 인천 및 강화는 거의 갈 일이 없다. 하지만 이번 2박 3일의 짧은 여행의 행선지는 강화로 정했기에, 그날 아침 먹고 차에 탄 후 올림픽 대로에 올라탔다. "아니, 수요일 평일인데 차들이 왜 이렇게 많아"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혼잣말을 주로 한다. 보통 교통량이 많아 '브레이크'를 밟을 때 벌어지고는 한다. 사족이 길지만 욕은 하지 않는다. 보통은 '그럴 수도 있다' 하고 넘기는 편이다. 어쨌든, 평일 오전의 올림픽대로 또한 교통량이 많아 지루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강화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올림픽 대로를 모두 통과하고, 김포를 지나, 차량 창문 바깥으로 보면 좁은 강가를 건너는 듯한 작은 강화대교를 건너자, 우리 가족은 드디어 강화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의 첫 행선지는 다름 아닌 강화 성당, 한국 최초의 한옥양식의 성당 건물이었다.혹시 차를 대려면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곳에 대지 말고, 입구 앞에 공영 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니 여기다가 대자. 올라갔다가 차 댈대 없어서 한 바퀴를 돌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차를 댄 후, 가족들과 내려서 성당을 둘러보려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라는 항상 보던 문구와 함께 문성당 문이 굳게 걸어 잠겨 있어서 실내로 들어가 보지 못했다. 특히나 우리 와이프가 많이 아쉬워했다. 요 근래에 성당 미사도 참가한다고 하여 이곳을 '1호' 행선지로 정했건만... 보기 좋게 실패하였고, 아쉽게 바깥에서 셔터만 눌러 댔다.
그래도 예뻤던 강화성당에서, 가을을 만끽했다.
"철종의 유년시절, 그래도 잘살았네"
강화성당과 용흥궁은 정말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맞닿아 있다. 즉, 여행 코스를 짤 때에는 강화성당과 용흥궁을 같은 코스로 짜도 무방하다.
용흥궁과 강화성당은 맞 닿아있다.
앞에 문단에서 언급했듯, 강화성당이 닫혀있어 발걸음을 뒤로한 채 다른 행선지로 향하려는 도중, 성당의 언덕 아래쪽으로 예쁜 단풍과 함께 고풍스러운 기와집이 형성되어 있어서 발걸음을 돌리지 않게 되었다. 그곳의 안내 문에는 '용흥궁'이라 표기가 되어있었다. '용흥궁?' 잘 몰라서 용흥궁을 찾아보니, 조선의 25대 임금 철종이 어릴 적 살던 곳으로 나와 있었다. '세자들은 보통 궁에서 자라지 않나?'라는 갸우뚱한 생각을 지닌 채, 아이들과 함께 용흥궁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나의 느낌은 한마디로 '한적한 낙선재'와 같았다. 창덕궁 안에 위치한 낙선재처럼, 조선 후기에 지어졌을 법한 한옥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문단 제목처럼, '그래도 잘 살았겠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방이 몇 개야.. 나는 재택근무할 컴퓨터 방하나도 없는데...'라고 현실 한탄하며 카메라로 여기저기 용흥궁의 풍경을 담는데 몰두하였다. 어쨌건 아이들은 신났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줘도, '철종'이 누구야?부터 이어지는 질문 공격에 내가 결국 두 손 들고 나는 '내 할 일'에 집중했고, 아이들은 용흥궁 옆에 빈 공터 잔디밭에서 엄마와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글로벌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용흥궁 앞에 즉석 떡볶이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나는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사실 이곳을 가기 전부터 너무나도 설레었었다. 바로 '조양 방직', 인스타 그램을 하는 나로서는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곳의 사진들이 너무 예쁜 것들이 많아 항상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었다.
"여보, 커피숖 가봐도 될까?" "커피숖? 어딘데?" "응 꽤 괜찮을 거야" 와이프를 설득하고, 아이들에게는 "간식 먹으러 가자"라고 꼬드겨 가며 나는 내비게이션에 타이핑을 치고 있었다. "아리야, 조양 방직으로 가자" 내비게이션에서는 현 위치인 용흥궁에서 7분이 걸린다고 안내해 주고 있었다. 룰루랄라 신이 나서 조양 방직으로 향하게 되었다.
주차장은 조양 방직 내 주차장도 있지만, 평일에도 만차가 금방 되는 걸 보면 혹여나 주말에 움직이실 분들은 절대 이곳에 대실 생각 안 하는 게 좋겠다. 대신 주변에 무료 공영 주차장이 2곳이나 있으니, 이곳에 차를 대시면 될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조양 방직, 들어가는 곳부터가 핫 플레이스였다.들어가서는 정말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 댔다.
외부 공간 곳곳마다 '조양 방직은 음료를 구매하신 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많이 적혀있다. '왜 그럴까?' 하고 고민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볼거리들이 매우 많이 퍼져있다 보니, 사람이 일일이 음료 구매 체크를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옛 방직공장 외부에는 가을이 만연하여 노란 은행나무와 주변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여러 포인트들이 잘 세팅되어있었다.
별관 또한 옛 향수를 자극하는 많은 물품들을 진열해놓았고, 곳곳에서 '너무 이쁘다, 사진 찍자 저 앞에 가서 마스크 벗어' 등과 같은 아주 안 좋은(?) 소리들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40~50대 이상의 분들께서 가장 좋아하셨지만, 20~30대분들도 요새 레트로 바람에 맞춰 옛날로 돌아간 듯, 관람을 즐기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맞는 콘텐츠를 조양 방직이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치 초등학교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음료를 먹어야 하는 이유"
'음료를 왜 먹어야 할까? 밖에서만 사진 찍어도 너무 예쁜데, '라는 생각을 가질 때쯤, 큰애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빠, 약속한 간식은 언제 사줄 거야?" "응응 들어가자 들어가"라고하며 '약속은 했으니까..'라며 혼잣말을 하였지만, 아직 바깥에서 찍지 못한 피사체를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홀린 듯 셔터를 눌러 댔다. 그래도 이젠 들어가서 음료를 먹어야만 했다. 주문 프런트서부터, 내부 카페 안에는 외부보다 훨씬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앞서 문단에 음료 구매는 Optional일 수 있겠다고 한말은... 취소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옛 공장 건물을 특색 있게 잘 꾸며 두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천장에 파란색으로 채광을 위해 칠해 둔 창문 페인팅이었다. 마치 내가 유서 깊은 가톨릭 성당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아울러 내부의 조명 포인트가 많고, 앤티크 한 소품들을 군데군데 잘 깔아놔서, 사진 찍기에 너무나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킬링 포인트라 생각하는 부분은... '소파가 너무나도 편안했다' 낮잠을 잘 안자는 큰애가, 편안하게 자는 걸 보고 '이 소파는 찐이다' 생각을 마음속으로 하게 되었다. 음료수는 7천 원부터 시작하는데, 맛은 SoSo 했다. 그렇지만 이 커다란 박물관의 '관람료'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안 하였다. 구석구석 다 돌아본다고 봤지만,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 가족은 그렇게 숙소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