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대해 향후 나의 글을 올릴 생각이지만, 나는 자녀들이 게임하는 것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라고 생각한다. 집이 좁고 마땅히 둘 데가 없어서 TV를 처분한 이후에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하여 아이와 가끔 하게 되었는데, 좁은 화면에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동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여행을 갈 땐 Dock도 함께 챙겨가 심심할 때 같이 하곤 한다.
여행 이튿날, 일어났는데 한 시간 넘게 계속 게임만 하고 있어서 한마디 했다. 그러고는 게임기를 끄도록 했더니 큰애는 시무룩해졌다. '곧 풀리겠지' 하며 자리를 정리하고 차에 올랐다. 늘 있는 여행지에서의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북한하고 3Km 떨어진 곳 가볼까?"
"어디 갈까?" 와이프가 나에게 물어봤다. 내가 생각했던 이번 여행 콘셉트는 "역사"다. 그래서 떠올랐던 나의 선택은 바로 '교동도'였다. "나에게 맡겨, 좋은 곳이 있어" 사실 교동도는 한 번도 못 가본 곳이었다. 차를 직접 몬 지 6년도 채 안될뿐더러, 강화도도 이번이 두 번째였고, 이렇게 여유 있게 돌아다닌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나의 선택이 맞았을지, 검색해 본 이후,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에 '대룡시장'을 타이핑했다. '같은 강화 군인데도 40분이나 걸리네..' 혼잣말을 하며 교동도로 향했다.
교동도를 찾아보다 보면 많이 나오는 내용으로는 교동도의 구성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주로 실향민 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6.25 전쟁 때 황급히 가장 가까운 섬으로 피난을 온 북한 주민들이 터전을 일구어 살았고, 지금도 이어져 내려온다는 것이었다.
북한하고 워낙 가깝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두 번의 검문소를 거친다. 교동대교 가기 전 운영되고 있는 검문소에서 잠시 멈추자, 해병대 동생들(이젠 조카뻘)이 경례하며 차에 종이 한 장과 펜을 들이밀었다. 이름 및 주소 등을 적는 간단한 질의서였다. 별도의 신분증은 필요 없었다. "통과하셔도 되겠습니다. 충성!" 경례 구호와 함께 우리 가족은 교동도에 발을 디딛였고, 하필이면 비가 올 거 같은 음산함이 감도는 날씨였다. "여보, 북한 가려는 거 아니지?" "나 북한 좋아해, 우리 넘어가려고 가는 거야~"라는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 끝에 우리가 가려는 대룡시장에 도착했다.
날이 음산했는데, 정말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우리 가족은 하는 수없이 차 트렁크에 있는 우산 하나 꺼내고, 담요를 두 개 꺼내서 들고 대룡시장으로 향했다. "머리 빠지니까 여보는 꼭 써" 왠지 슬펐지만 이내 수긍했다. 하지만 시장에 가기도 전에 비가 너무 쏟아져서 바로 앞 핫도그 가게에 잠시 멈추게 되었다.
"치즈 핫도그 하나랑 일반 핫도그 하나요" 주문을 하고 매장 바깥에 간이 의자에 앉았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먼저 말씀을 꺼내셨다. "우산이 하나신 가요? 제가 빌려드릴게요" 너무 고마운 분.. 따스한 분, 생각해보면 돌려드릴 때 식혜 한통 사드리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우산을 빌릴 수가 있었다. 잠시 후, 핫도그 두 개가 나왔고 우리 가족은 허겁지겁 핫도그를 모두 먹었다.
나도 한입만
선뜻, 먼저 우산을 빌려주신 대룡시장 핫도그 이모, 내가 먹었던 핫도그중 최고였다.
"정겨움과 힙함이 공존하는 곳"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빌려주신 우산 포함하여 대룡시장으로 들어갔다. 시장 입구에서 가장 초입에 위치한 커피숖이 있었고, 비가 너무 많이 와 추웠던 우리는 그곳에 가 잠시 몸을 녹이기로 했다.
커피숖의 내부는 예전 우리 부모님 집에서 쓰이던 문양의 낡은 옷장을 합판으로 사용하여 테이블로 쓰시고 계셨다. 아울러 내가 요새도 즐겨보는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요리하던 주황색 꽈리 열매를 데코레이션으로 장식해 두셨는데, 너무나도 이뻤던 카페였다. 우리는 커피와 고구마 라테를 시킨 후, 몸을 녹인 후 대룡시장 곳곳을 둘러보았다.
비오는 날, 교동도에서
특히 꽈리가 이뻤던 커피콩 이발소 카페숖
사실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장사가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 안에는 친절함으로 가득하신 상인 분들이 상품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고, 우리도 배가 고파 주로 먹을 거 위주로 쇼핑을 진행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옛 스럽고 촌스러운 상점들이 1900년대 그대로 멈춰 있었다. 간판도, 벽지도, 심지어 사람까지도.
야옹이도 길이 들어서, 반갑게 꾹이를 해줬다. 시장에는 문닫은 상점들이 많이 있었다.
시장에서 구매한 튀각은 기대 이상 이였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내가 와이프한테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여보, 기대해, 제일 좋아하는 거 사줄 거야" 와이프는 무엇을 사줄지 눈이 초롱초롱해진 채로 나를 바라봤고, 나의 발걸음은 파머스 마켓으로 향했다. 교동도에서 핫한 레트로 밀크티 업체다. 외관부터 독특했고, 내부도 빛이 좋았던지 참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부끄러워하시며 "감자칩도 드셔 보셔요, 오늘 만든 건데 비가 와갖고 조금 눅눅하긴 해도.. 맛있습니다." 아이들이 먹어보고는 구매를 결정했다. 대룡시장에서의 레트로 감성과 더불어 파머스마켓의 힙한 밀크티 감성까지, 안 와봤으면 몰랐을 그 감성을 느낀 우리는 이렇게 대룡시장에서의 여행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