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과 일본여행을 하고 돌아온 지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항상 느끼지만 시간은 언제나 나보다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일본에서의 체류기간이 4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나라에 속한 이방인으로서 대중교통도 타보고, 그 사람들과 잠깐이마나 함께 생활하며 겪었던 '배려 있는 행동들'을 경험하다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출퇴근을 하며 몇몇 불쾌한 경험을 하고 나서야, '아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개개인마다 '배려'라고 하는 기준과 생각이 다르므로, 이번글은 오로지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서두에 이야기를 하고 글을 마저 이어 나가보려 한다.
여행을 돌아온 첫날, 나는 출근길을 나서게 되었다.
평소 나는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후문으로 나와 'ㄱ'자와 'ㄴ'자 형태의 길들을 지나 지하철역 혹은 버스정류장으로 향해야만 한다.
그날은 유달리 길과 길 사이에 '불법 주차'되어있는 차량들이 줄을 지어 보행자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차량과 도로 사이 작은 간격, 행여나 사이드미러를 접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떠난 차량들도 있어 '사이드 미러 님' 마저 살포시 피해 걸어야만 했다.
사실 나는 평소 정말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필자가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최종 모퉁이에 위치한 메가 커피 가맹점이 하나 있는데, 그 주변에는 커피를 받기 위해 주정차를 많이 하기 때문에, 보행자들은 자연스레 흐름을 심각하게 제한받곤 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커피' 테이크 아웃에 목을 매는 차주들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추측해 보건대 스타벅스와 같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자리 잡은 테이크 아웃 커피를 먹으려면 메가커피보다는 비용이 더 발생해서 그럴 수는 있다고 치지만, 출근시간 보행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커피 주문을 위해 보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인지... 여전히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내가 너무 예민한가 봐' 라며
아침 출근길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를 달래고,
일을 마친 후에 퇴근길 평소 내리던 역 주변 사거리보다 한 정거장 더 가서 우리 집과 조금 더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내린 뒤, 길가 상가 앞에 사선으로 보기 흉하게 주차된 차량들과, 인도 끝 옆길로, 일자로 쭉 나열된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집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떤 차주가 정말 떡하니 차량으로 인도를 막아 세우고는 차량에 시동도 끄지 않은 채 차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운전자가 무얼 하나 보고 있었는데 게임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운전자가 태연히 게임을 하면서, 나와 눈이 약 2초 정도 마주쳤는데, 서로가 눈을 돌리지 않았고, 이대로 가다간 분란이 생길 거 같아 나도 바뀐 보행자 신호에 맞춰 그냥 내 갈길을 가고야 말았다.
좀, 많이 허탈했다. 차를 잠시 댈 수는 있다고 보는데, 그게 인도 한복판에 차량을 대 놓으면, 걸어 다니는 사람은 어찌하라는 말인지.
게다가 정말 중요한 전화나 뭐 그런 걸 하는 표정 같아 보였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게임을 하면서 오히려 '너는 왜 나를 빤히 쳐다보니?'라는 식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던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거 같다.
비단 불법 주차뿐만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 대부분 백팩을 메고 만원 버스 혹은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밀치고 들어가거나, 자신이 내려야 할 역에서 허둥 지동 다른 사람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가방을 들고 타실 때는, 앞으로 매셔서 상대방을 배려해 보심이 어떨까요?"라고 지하철의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그 방송을 듣고도 요지부동이다.
결국 내가 타거나 내릴 때, 혹은 남이 타거나 내릴 때 우리 모두의 기분과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 된다는 것이라는 점을, 나도 그들도 모를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우리나라에서의 경험들과, 여행지에서 경험한 일본사람들의 행동들은,
'왜 일본이라는 나라를 선진국으로 부르고, 아직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부르기 조심스러운지'에 대해 한번쯤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여행을 다녀와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길가에 보행 흐름을 방해하는 주차된 차량들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다.
필자는 추가로, 사진이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한국에서의 사진 찍는 느낌과 일본의 느낌이 너무 다르다고 느낀다.
전자의 경우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골목마다 항상 화각에 걸리는 차량들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차량들로 인해 사진기를 들고 걷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후자의 경우 보행 흐름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진기를 들고 언제나 웃으면서 거리를 힘들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거 같다. 일본의 골목골목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필자는 너무 좋기 때문에 일본여행을 다시 가고 싶어 질 정도이다.
그래, 불법주차된 차량이 적은 것은 일본의 '차고지 증명'이라는 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치자.
하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한국에 비해 결코 적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방을 대부분 앞으로 멘다. 가방을 앞으로 멘다는 건, 내 시야에 나의 가방이 위치하기 때문에, 타인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보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그뿐만 아니다. 사람이 붐비는 아침시간에 도쿄 사람들을 내릴 때 한 정거장 정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이동해 있는다. 참 배려 있는 멋진 행동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일본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쓰레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상했다. 분명히 각종 자판기에서는 일회용품을 많이 파는데도, 더군다나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별로 없는데도 길거리는 깨끗함을 유지했다.
한국도 필자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금은 분명 더 거리가 깨끗해졌다고 느낀다. 어릴 적 학창 시절 봉사활동 점수를 채우겠다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껌딱지를 떼내느라 허리가 휘는 듯한 고통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요새는 한국에 돌아다녀도 더럽다는 느낌을 잘 받지 않지만, 일본의 거리를 돌아다니면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한국사회도 필자 어렸을 적을 생각한다면 지금이 더 많이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예전보다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고,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불법 주차도 예전엔 더 심했다. 아예 골목에 차량 전체가 막고 있는 광경도 쉬이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옆나라인 일본의 성숙한 배려의식을 따라가기엔 아직 갈길이 남았구나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인당 GDP가 일본보다 높다고, 무역 수지 규모가 일본과 비등비등하다고 해서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쉽게 달아주지는 않는구나.' 하는 걸 말이다.
사회 전체가, 사회가 규정한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자신의 영역만큼만을 가져다 쓰고 남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을 때 '내가 이득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마땅히 그걸 따를 텐데, 아직 우리나라는 발전을 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의 영역을 쉬이 침범한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물론 필자가 사는 동네가 소위 말해 신축 아파트 촌으로서, 불법주차를 할 수도 없고 주민들의 배려의식도 높은 그런 곳은 분명 아니다 보니 이렇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필자 생각에는 그런 부유층이 사는 동네사람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타인을 배려하기보단 본인의 편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
분명 부족하지만, 나부터, 필자부터 배려하기 위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출근할 때는 에코백 등을 어깨에 걸어 몸 쪽을 향하게 하여 나의 영역 안으로 물건을 배치하려 노력하며,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주차구역이 확실히 있는 곳에서만 멈춰 물품을 구매하는 편이다.
아울러 간식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선, 편의점에 들러 과일향 캐러멜 등을 자주 구매하는데, 주머니에 모두 넣고 보행로가 아닌, 반드시 쓰레기통에만 버리고 있다.
아무튼 4일간의 일본 여행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불법주차되지 않은 일본 거리를 보행자로서 맘껏 누리며 셔터를 눌렀고, 같이 동석한 둘째 아이가 걷기에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이런 서로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일본 국민들의 생각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