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힘
요새 달리기를 하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작년 이맘때에는 왼쪽 오른쪽 무릎 부분이 달릴 때 통증이 심해 5월쯤이 되어 서야 겨우 달리기를 할 수가 있었는데, 올해 10월, 날이 슬슬 추워질 때가 되니, 이번엔 무릎이 아닌 왼쪽 발바닥 부위의 통증이 심해 달릴 수가 없다.
다행히, 달리기를 하지 않거나 무리하게 걷지 않으면 통증은 완화되지만,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무슨 이유일까나. 작년 무릎 수술을 받았던 병원선생님이 이야기 한대로 요산 수치가 높은 이유일까? 술은 거진 1년간 입에 댄 적이 없는데 말이다..
여하튼, 그 당시 병원에서도 X-Ray 등을 찍어본 결과 몸에 특이점이 없었다고 하였고, 염증약을 주는 정도밖에는 처방이 내려오질 않아 요번 발바닥 부위 통증에 대해서는 딱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운동을 조금만 게을리하면 얼굴과 몸에서 바로 태가 나는 불운한 몸을 갖고 태어났다. 얼굴은 부어오른 것처럼 양쪽 볼이 통통해지고, 몸에 남아있는 태는 바로 지워져 버리기 일쑤다.
작년, 무릎통증으로 달리기를 자주 하지 못하게 되자, 나는 푸시업등,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다른 운동으로 대체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시작조차도 잘 못하고 있다.
아마, 이에 대한 중간 결론으로는 '푸시업에 대한 위대한 결과'를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푸시업을 그간 안 했던 이유는, 왼쪽 발가락 부위까지 통증이 다소 있어 완벽히 자세를 갖추지 못하는 것도 분명 있겠으나, 하루에 100개, 80개 등 루틴의 목표 자체가 너무 무겁기에 운동 시작도 전에 부담감을 갖게 돼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올해까지는 그렇게 했었지. 크게 문제는 없었어. 하지만 지금의 너의 몸은 그렇게 할 수 없단다.'
팀 동료들에게 '하루 푸시업 100개씩 해요'라고 과거의 내가 자랑을 하고 다녔으니, 그 업보를 감당해야 하는 건 현재의 내 몫이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실제 하루에 100개를 하게 되더라도, 그다음 날이 되면 '어제 100개 했으니까'라는 무적의 논리로 하루를 쉬고, 그다음 날도 별 이유 없이 100개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핑계 삼아 쉬어 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래, 이런 삶도 괜찮잖아? 너무 스스로를 압박할 필요는 없어' 라며 스스로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앞서 길게 이야기한 운동도 그렇고, 내년에도 계속해야 할 일본어 시험공부도 그렇고, 아이패드에 간간히 적어오던 감사 노트도 그렇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하나하나의 Task들의 무게도 가볍지 않아 그것들을 점차 외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예전처럼 에너지와 체력과 의지가 약해졌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좀 더 가벼운 Task들로 루틴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게 되었다.
'푸시업은 20개만 하자. 20개를 매일 하는 게 의미가 있을 거 같아'
'하루에 감사 메모를 하나씩 남기자. 감사한 일이 하나쯤은 있을 거잖아.'
'일본어 공부는 10문만 하자. 몰아서 60분 보다 하루 10분이라도 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어.'
이렇게, 필자가 평소 하는 행동들과, 하고 싶은 행동들에 대해 '주기'와 '난이도'를 스스로 설정했다.
이번엔 '사소한 시작'으로 부담 없는 루틴 습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앱스토어에서 저렴하고 쓸만해 보이는 어플을 하나 구매한 뒤, 위에 적어둔 루틴 목록들을 하나하나 적어가기 시작했다. 적고 나서 너무 무리하다 싶으면 낮추기만 했다. 대부분 하루에 5분에서 10분만 투자하면 되는 간단한 것들이었다.
오늘 하루, 내가 구매한 습관앱을 통해 첫 루틴을 완성했다. 어떤 것들은 내가 세운 기준보다 2배 3배를 더 해내기도 하였다. 애초에 개별 루틴들의 Task 크기가 작기 때문에 부담도 없었다.
오랜만에, 핸드폰의 습관앱을 보며 '즐거움'을 느꼈던 하루였다.
그동안은 업무 관련 To-Do앱이나 Health앱에서 '해 내야만 하는' 것들을 보며 도전의식과 압박감을 동시에 느꼈었다면, 오늘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로 크게 부담이 없이 즐겁게 내가 정한 루틴들을 행할 수 있어 좋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음악 1곡 듣기" 루틴이 있는데, 이게 참 좋았다. 매일매일 내가 듣고 싶은 노래에서 벗어나, 뮤직 앱이 추천해 주는 대로, 1곡을 온전히 들어보는 루틴이다.
뮤직앱이 나에게 추천해 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평소 아이돌들과 일본음악 위주로 듣는 나의 청취편식습관을 조금이나마 고쳐주고, 좀 더 다양한 노래를 접할 수 있게 해 줄 거 같아 즐거운 데일리 미션일 것 같다.
"작게 해 보자. 크기를 줄여도 좋다. 대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해보자"
사소한 시작이라도, 나는 '루틴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부족하나마 그것을 이제 체계적으로 행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