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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원래 견디는 거야

by 빛담

안타깝게도, 회사 내 나의 '오아시스'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나의 안식처는 더 없어져 가는 느낌이다.


공간적으로는, 예전 브런치 스토리에 게시했었던 글 이었었지만, 필자의 자리 옆 비어있는 회의실에서 그저 멍하게 서서 다른 사람들 일하는 장면, 차들 지나가는 광경, 그리고 초등 중학생들의 체육 시간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의 오아시스가 존재하였었는데, 새로운 부서 내 프로젝트 론칭 간 신규 인력 사무실 자리가 없다며 나의 오아시스를 앗아가게 되었다. 그 공간에 새로운 사람들의 임시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나는 그곳을 이제 출입하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회사 주변에 나의 안식처를 더 많이 만들어 두지 못했다.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다 보니 다른 사람들처럼 흡연장을 편안한 내 아지트로 생각할 수도 없거니와, 주변을 산책하면서도 내가 좋아하고 편안해할 만한 공간을 찾지는 못했다.


심리적으로는, 점점 다른 동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속상할 때가 많다. 특히 회의실에 앉을 때, 결국 팀의 선봉인 내가 업무를 설명하고 상대방들을 이해시키고, 때로는 하기 싫은 일들도 분배를 해야 하다 보니 나와 최대한 멀어져 착석을 할 때마다,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입장에서는 다른 리더들과 다르게 최대한 소화해서 업무를 맡아주실 분께 설명드린다고 드리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즈니스기 때문에 나와 최대한 멀어지려고 하는 점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막상 그러한 행동을 회의 때 맞닥뜨릴 때마다 헛웃음이 나오며 내가 이 자리에 왜 앉아 있는 것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많다.

나 또한 주니어 시절 분명 그랬겠지만 팀의 리더가 맨날 왜 저렇게 불안해하고 바빠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그 당시 나의 리더가 왜 항상 그런 표정으로 회사를 다녔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갈 거 같은 심정이다. 아마 불안감이었겠지. 자기와 사소한 이야기부터 비즈니스적으로 필요한 이야기까지 해 줄 사람은 없는데, 무언갈 결정해야 되다 보니 불안감이 항상 그분의 정신을 지배했으리라 생각한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때 좀 더 이야기도 먼저 걸어주고 잘 들어줄걸. 글을 쓰다 보니 그분 생각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브런치 스토리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불안할 때 자주 보이는 행동인 '손톱 뜯기'로 인해 왼손 검지손가락에 핏자국이 보일 정도로 움푹 파이게 되었다. 이런 행동이라도 해야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내 손톱들에 미안할 따름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공간적 안식처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도망갈 공간이 있어야 해결이 되는 문제인데, 아직 많이 없는 듯하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공간적 오아시르를 확충해야 하는 것도 나의 숙제다.

심리적 안식처의 부재 또한, 결국 내가 이 자리를 그만 맡고 팀원으로서 1인분만 수행할 때 생겨날 여지가 있다. 아니다 그것도 모를 일이다. 예전처럼 팀원 역할을 맡는다 해도 팀원들과 죽이 맞아 편히 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또한 내가 다른 안식처를 찾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바람을 내려놓아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인생은 견디는 수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 한 대로, 남을 바꾸려 하지 않고 나를 바꾸려 노력하고, 미세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내 마음을 잠시 식힐 수 있는 오아시스를 다시 한번 찾아보려 한다. 다른 방법이 있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야지

HWA00037.JPG 초점이 안 맞은 듯 보이지만, 분명 맞아 있다. 나는 맞게 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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