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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법은 없을까?

시니어들의 은퇴, 유휴인력 전성시대

by 빛담

최근 들어 일하는 사무실 층에 인구밀도가 현저히 높아진 것을 느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 회사에서도 부서별 차이는 다소 있으나, 권장사항으로서 재택근무보다는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보니 예전 팬데믹 시절의 낮은 인구밀도를 경험하기는 요새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정도로 화장실도 그렇고 회의실 예약도 그렇고 ‘과밀’인 적이 없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 자주 이용하는 회의실 두 곳이, 부서 내 신규프로젝트 수행으로 인해 ‘임시’로 그들의 업무 공간으로 쓰인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정말 화장실에 가도 줄을 서며 볼일을 보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유인 게로 군.


“최근에, 왜 우리 층에 회의실을 점거하고 저분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거죠?”

“어, 원래 저분들 다른 층에 가서 일을 해야 되는데, 그 층을 그동안 관리하던 A수석님이 임피(임금피크) 제로 인해 곧 떠나시거든. 달리 방법이 없데”

”A수석님이 그런 일을 맡아서 하셨었어요? 원래 저 신입사원 때는 HR매니저 하셨었는데 “

“남한테 싫은 소리도 제법 잘하시는 편이라, 아마 지금 상황에서 업무를 받으셨으면 모르긴 몰라도 회의실 하나 정도 들어갈 인력은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내셨을 거야”


나의 매니저와 점심시간에 나눈 대화에서 등장한 A수석님은 나와도 인연이 있으신 분이셨다.

내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HR매니저를 하시던 분이셨는데,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나와 면담 간 올해 업무 계획을 물어보셨을 때 내가 너무 편안하고 안일하게 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호되게 혼이 났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 이후부터 자연스레 나는 그분과 편한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되어 멀어지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비록 함께 실무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부서 혹은 부서의 상위개념인 팀스탭 업무를 도맡으시며 일을 하시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앞서 매니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파트너사의 자리배치 등도 도맡아 하시는 줄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랬다. 나는 당연히 누군가 이런 '자리' 이슈가 있을 때 도맡아 해결했겠거니 싶었었는데, 그게 A수석님이 줄곧 해 오셨다는 부분은 모르고 있었다.


최근 유튜브 경제 채널들을 둘러보고 있자면, 저출산도 심각한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회사 내 시니어 인력들의 은퇴와 관련해서도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는 게, 잘 운영되던 부서의 절반가량의 구성원이 결국 회사를 나가야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을 전해 들은 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빈자리를 신입사원을 채운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간간히 부서 내 필요 인력을 경력사원으로 충원할 뿐, 대규모 신입공채는 이제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한 사유로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로 인해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집중' 해야 할 다른 사원들이, 평소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근무자 '좌석' 문제등에 까지 고민을 하며 귀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 온당한 지 의문이 든다. 물론 앞서 예를 든 시니어의 주된 일자리 은퇴가 꼭 필자가 이야기 한 비 본질적 업무 증가에 원인이 된다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이윤추구를 하여 많은 고용을 불러 일으 키게 장려를 해줌이 온당하며, 직원은 직원대로,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아 본인과 가족들의 생계에 어려움이 없으면 될 일이지만 그것이 간단하지는 않은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무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반대로 고령 근로자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체득하신 분들로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회사는 알고 있다. 문제는 그들에게 주어야 할 '돈의 액수'겠지.

고령 근로자들도 살아갈 날이 많은데 더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고, 회사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들까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해고하지 못한 채 품고 가는 것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양쪽에서 끝까지 정년연장이라는 문제를 서로의 시선에서만 바라보더라도 아마 결국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합의 없는 평행선의 끝에는, 우리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결론으로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양쪽 모두 서로 얻을 건 얻고, 줄 건 주는 식의 합의가 없는 한, 우리 사회는 책임감 있게 일을 하는 시니어들에 대해서도 "돈 값 못한다"라고 하는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시니어들도 회사를 향해 '언젠가는 떠나야 할 내가, 왜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가?'에 대해 반문하며 아마 양쪽은 현시점에서 서로가 서로의 탓만 하며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거 같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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