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있다 가주지
어제의 일 이였다. 한참 동료와 점심을 먹고, 항상 돌던 산책도 짧게 돌아야 할 정도로 머릿속에 온통 로직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 두통이 올 정도로 몰입하고 있을 무렵, 그때 전화 한 통이 왔다. "마누라♡? 이 시간에 웬일이지?" 전화에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반려묘 로라의 사고소식을 울면서 나에게 하고 있었고, 너무 당황하여 나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급하게 회사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집의 문을 열자, 평소 야옹야옹하면서 꼬리를 말고 마중 나오던 고양이는 없었다. "로라 어디 있어?" 내가 묻자 와이프는 "저기, 저 상자" 라며 베란다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입에 피를 흘리며 죽은 로라가 누워 있었다. 눈물이 갑자기 터져서 복받쳐 울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2년여밖에 같이 지낸 시간이 안되는데, 너무 금방 온 로라와의 이별이었다. 그렇게 죽은 로라를 쓰다 듬는데,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고, 점차 빠르게 식어갔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따스한 로라를 내 손이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랄까
오후 일정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급히 남양주의 한 동물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화장 절차에 대한 소개를 받은 후, 곧바로 장례사가 로라의 굳은 몸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아이가 몸이 굳어서, 지금 누워 있는 상태로 이별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우리 가족은 엉엉 울었고, 그대로 차가운 한지가 로라의 몸을 감싸고, 화장 절차를 마친 후 뼛조각을 수습하여 함에 담아 왔다. "정말 미안하다. 해준 게 없어서" 스스로 자책하고 한탄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잘 가라, 우리 아기, 고마웠어'
로라의 빈자리는 아침부터 느껴졌다. 항상 높은 의자나, 따스한 바닥을 찾아 여유 있게 뒹굴기를 좋아하던 로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 맞다. 이젠 없지.. 로라.' 하며 출근하기 위해 옷장을 열었는데, 거기서 또 오열하고 말았다. 로라가 틈만 나면 들어 올려 던 내 옷장. 그곳 바닥에는 로라의 털들이 겨울 옷에 붙어 있었다. '이게 뭐라고, 그걸 내가 못 들어오게 막곤 했구나, 너무 미안하다' 속으로 또다시 오열하고 말았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출근하려는데, 아이는 끝내 나를 마중 나오지 않았다. 그저 유골함과 함께 장례식장에서 준 메모리얼 사진에서 예쁘게 나를 바라보는 아이 모습이 전부였다.
자책감과 상실감을 크게 느끼며, 출근길에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다.
펫로스 증후군(pet-loss 症候群, 영어: animal/pet loss)은 개, 고양이 등 각종 반려동물들이 죽거나 교통사고 또는 도난 등을 당하게 하고 있는 시점부터 생겨난 상실감을 계기로 일어나는 각종 질환 및 심신 증세를 말한다. 주요 증세를 살펴보면, 좀 더 잘 돌보지 못하게 되는 죄책감을 필두로 하여 반려견 및 반려묘 등과 같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 다양한 이유를 가진 죽음의 원인들에 대한 분노 조절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슬픔의 결과까지 초래하게 되는 우울함을 겪는 우울증이다. 이와 같이 펫로스 증후군은 보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속하게 되며, 심할 경우 자살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현상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우리 가족에게 입양이 안되었다면, 더 오래오래 살았을 수도 있던 아가인데, 괜한 오지랖을 벌였나 보다 싶었다. 그러면서 설명처럼 너무나도 우울감이 심하여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어찌하게 되어 긴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낙상사고가 일어난 아파트 앞 공터를 찾았다. 그 앞에서 로라를 불러보았다.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또다시 가슴이 아려 왔다. 그때, 거기서 살고 있는 젖소 아깽이 한 마리가 내 앞으로 와주었다. 곁은 내어주진 않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나를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한 5분 정도 흘렀을까 젖소냥에게 고맙다는 손짓을 보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차가운 집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흘러야 잊히겠지만, 지금은 너무 가슴이 아프고 로라한테 미안하다. 살아있을 때 더 잘해줄걸, 살찔까 봐 추르도 잘 안 주고, 놀아주지도 못한 게 그렇게 후회가 된다. 쓸쓸한 마음에 청소기를 돌렸는데, 로라의 털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로라 녀석이 없지' 혼잣말하며 청소를 마치고, 베란다를 갔다. 그곳에는 털 정리기, 손톱깎이, 고양이 쉼터, 장난감 등 주인 잃은 녀석들이 외로워하고 있었다. 털 정리기에 코를 갖다 대어봤다. 로라의 냄새가 날까? 싸늘한 철 냄새만 남아있을 뿐 이였다.
시간이 지나, 혹시 묘연으로 맺어져 새로운 주인님을 내가 모시기 전까지, 이 녀석들은 아마도 긴긴 시간 차갑게 식어져 있어야만 하겠지. 벌써 집에는 로라가 없다고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쉽진 않겠지만 점차 로라 없는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도리는 없다.
"정말 고마웠어 로라. 고양이 별에서 가끔 내 꿈에도 놀러 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