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는 몇 안 되는 나만의 오아시스들이 있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회의실 구석, 조용히 서서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그렇다.
그곳에 앉으면 맞은편 중학교 운동장이 한눈에 보였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그 짧은 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하는 작은 휴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주말 출근을 하며 그곳을 찾았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창가 쪽에 덧대어진 칸막이, 새로 설치된 긴 테이블,
회의실 확장을 위한 공사 흔적들. 그렇게 나만의 오아시스는 회의실로 덧대어져만 갔다.
회사 입장에선 ‘남는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었을 테지만
나에게는 그곳이 꼭 필요한 공간이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던 나만의 자리였으니까.
이렇게 하나둘, 내 주변의 오아시스들이 사라져 간다.
사람들은 더 많은 회의실과 더 큰 성과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깐이라도 머물 수 있는 여백 아닐까. 하지만 숫자로 잡히지 않는 작은 빈공간마저 ‘비효율의 대상‘으로 잡아 개선을 해야 된다는 논리 앞에선, 나의 생각은 그저 ’헛된 희망‘에 가까웠다.
그 조용한 공간이 그리워 지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삶은 결국,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다시 숨 쉴 틈을 찾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그래도 나는,
이 삭막한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생명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