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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21. 2021

바늘구멍

바늘구멍을 뚫어도 또다시 바늘구멍...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은 되돌아보면 한국사회의 가장 최 전성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게 아닌가 싶다. 소위'라테는 말이야' 하던 형들에 이야기를 빌어보면, 물론 좋은 직장 들어가기는 지금과 비슷하게 어려웠다고 하나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임금격차가 커지기 전이였고, 주택 및 주식 등 자산격차도 두드러지지 않던 시기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KBS의 옛 드라마 첫사랑에서, 최수종이 "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려고"라고 말할 때 우리 아버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공무원을 뭐하러 해 그 돈도 못 버는걸 으이그" 하는 것을 생생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빠의 말이 맞는 줄 알았지만, 현재는 오늘날 갓 무원 시대를 예측했던 최수종의 혜안이 옳았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는 사회가 성장하던 시기라 사회 전반적으로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전성기 시간을 지나, IMF라는 큰 파도를 지나며 한국 사회는 양극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내가 초등학생 때였지만 TV를 틀면 항상 "국가부도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우가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삼성자동차가 결국 매각되었습니다." 하는 부정적인 기사들로 모두 도배가 되었다. 이런 굵직한 기업들도 나가떨어지니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는 줄줄이 어려움을 겪었고, 안 그래도 어려운 기사들에 추가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기사를 정말 많이 보면서 자란 시기였었다. 이 시기부터 한국은 사람으로 따지면 청소년기가 모두 끝나 성장판이 닫히는 저 성장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즉, 기회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매체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심각함을 연이어 보도했고, 신규 채용부터 정리해고까지 고용이 불안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맨 처음 단락에서 이야기했던 '공무원 전성시대'를 열게 되고, "초등학생의 꿈도 공무원이다."라는 우울한 기사가 Top뉴스로 올라오며 우리 아버지의 혀를 끌끌 차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힘들게 생계를 버티며 더 이상 국가도, 회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이 전까지는 아주 작은 포션을 차지하던 비 정규직도 회사의 인력 '효율화'를 목적으로 아주 많이 불어나게 되어 양극화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점점 신규채용을 줄여 '사상 최대의 취업난' '공무원 시험 사상 최고의 경쟁률 기록'등의 기사는 이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히 내가 취업할 때나 지금이나 항상 단골로 등장하는 유력 정치인들의 '취업란 로비 사건'등, 기회에 대한 불공정 관련 기사를 읽고 분노하며 댓글을 달곤 했다.


 젊은이들이 취업하여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좋은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들일까. 우리나라는 현재 아닌 거 같다. 지금 대기업 대부분이 공채가 아닌 상시채용을 선택하면서 신입사원으로서의 패기보다는 경력사원의 숙련됨을 원한다는 기사들을 본 적이 있다. 앞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은 점점 더 기회의 문이 닫힌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체되어 있는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수가 필요하다. 기업은 기업대로 연공서열 혁파 및 플렉시블 임금제 등을 통해 나이순으로 고연봉을 가져가는 불공정을 혁파하는데 노력하고, 나이 상관없이 잘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성과를 주고 남는 재원을 활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도 무작정 (대기업/공무원을 갈 ) 기회가 없다고 좌절하고 취업 준비하며 허송세월 하느니, 1,2년 준비해보고 안되면 과감히 작은 기업이라도 선택하고, 그곳에서 몸값을 계속 올려 커리어를 이어나갈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게 성장기가 아닌 정체기에 들어선 한국 사회에서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사회적 타협을 세대 갈등 없이 잘 버무려 한번 더 도약하고 꿈꾸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작정 공무원/대기업만 노리며 인생의 가장 황금기를 아쉽게 보내는 사람들이 감소하기를 바란다.


"한번 시험 잘 봐 들어갔다고 끝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중간/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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