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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25. 2021

설레임, 설레발

외모만 경쟁력은 아니다.

"저주받은 유전자"

분명 초등학교 때에는 피부도 뽀얗고 귀엽고 예쁘던(?) 나였다. 중학교를 올라가면서 내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키가 크.. 는 건 참 좋았는데, 온 얼굴에 여드름이 너무 심하게 올라왔다. 글로 적기 죄송한 일이지만, 여드름끼리 세력 다툼을 하면서 병합(Merging)이 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하였다. 즉, 스스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을 칠 때였다. 심지어 거울도 못 볼 정도로... 그렇게 학창 시절과 대학시절을 보내게 된다.

(지금도 피부 트러블 때문에 힘들다.)


 #1, 중2 때였다. 나중에 에세이에서 다룰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원활히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도 어느 순간에, 친구 한 녀석의 쓴소리로 개과천선해서 2학기부터는 잘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흘러가던 학창 시절의 어느 날, 내 책상에 어느 아리따운 글씨체로 쓰인 수학 숙제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뿐만 아니었다. 그다음 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비틀스 과즙 캔디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누굴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며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대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 친구 A가 와서 나에게 '범인'을 실토했다. "궁금했지? 이거 다 B양이 놓고 간 거야" 나는 사실 그전까지 전혀 관심도 없던 B양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뭘까, 이 설레는 마음은, GOD의 'Friday Night'라는 노래가 절로 떠올랐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나의 레이더에 들어왔고, 그렇게 나는 그녀를 진짜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의 집전화로 전화를 걸기도 하고(이거 스토킹인가?), 친구들한테 "나 B 양 좋아한다."라고 공개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미안해, 사실 그거 마니또였어"라고 당황해하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하였다.

 맙소사, 그런 줄도 모르고... 나 혼자 신나고 나 혼자 즐겁고 나 혼자 울고불고했구나... 그 당시 술이 있었다면 대 자로 마셨을 것을, 술이 없어 콜라로 달랬던 거 같다. 미니홈피에나 갖다 붙일 온갖 잡스럽고 허세 가득한 대사들만 머릿속에 생각났던 거 같고, 그렇게 나의 짝사랑은 '오해'로 끝이 났다.

반짝반짝한 저 커플처럼, 나도 커플이 되고 싶었다. 무진장

#2,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오후 수업이 있던 터라 느지막이 가방에 책을 싸고 중계역으로 향했다. 사실 스무 살이 되면서 느낀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러시아워'였다. 그 전까진 초중고 모두 도보로 학교를 다녔다. 사실 고등학교는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차비를 주시진 않았다.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와서 아침 1교시, 9시까지 강의실을 들어가려면 그 당시 지하철을 3번을 갈아타야 되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악명 높은 7호선, 7호선의 특징은 사람들이 내리지 않고 탄다는 점에 있다. 출근시간엔 하행, 퇴근시간엔 상행이 그러했다.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들어와, 그 당시 유행이던 MP3 CDP에 이어폰을 꽂아놓고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를 듣고 있었다. '가슴 아파서, 목이 메어서~' 노래가 나올 즈음, 누가 옆에서 툭툭 치며 말을 걸었다. "저, 저기요" 오 뭐지, 정말 1초 사이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생각보다 옷도 잘 입었고, 여드름도 별로 없던 날이었다. '혹시 만나자고 하는 걸까?'(도대체 스무 살의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탔던 거 같다.) 하는 생각으로 눈을 마주쳤는데,

"가방이, 너무 크게 열려서... 말씀을 안 드릴 수가 없었어요" 라며, 가방을 툭툭 치고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유유히 다른 칸 앞으로 가버렸다. '그럼 그렇지, 내주제에 무슨 고백이냐, 고백해도 차이는 마당에...' 씁쓸해하며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갔던 기억이 난다.

 


"비교 우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물론 없었다. 그래서 느낄 수가 없었겠지. 사랑을 주기만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해서 스스로 피해의식을 가진 적도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내 얼굴'에 대한 부족한 경쟁력을, 다른 분야의 나은 부분과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걸 학창 시절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지금이라도 안게 다행이지 싶다. '내면의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오늘도 '스스로 당당해야지' 하며 자신 있게 출근을 하는 중이다.

로라랑, 길냥이를 비교해보면... 길냥이 쟤도 비교우위에 있는 게 있겠지
외모는 그다지 이어도 이제는 제법 사진도 잘 찍는다(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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