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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31. 2021

육아의 세계

 매주 토요일은 우리 와이프가 하루 일을 나가는 날이다.

와이프는 결혼 전 도서관 사서를 하다가, 결혼하면서 자연스레 경력이 단절되었다.

바야흐로 2년 전, "여보, 나 토요일 하루만 일 나가는 거 하면 안 돼?" "어 그래 다녀와~" "정말 고마워 여보!^^" 남자다움과 쿨내 모두 철철 흐르는 대답이었다. 우리에게는 3살 터울의 여 자매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는데, 크게 별 생각 안 하고 대답했던 거 같다.


 큰애가 초등학교를 간 이후라 그런가 손이 덜 가서 매우 편했다. 대략의 그날의 루틴은 이러하다.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이 아침 차려주고, 숙제랑 요새 어려워하는 수학 문제 등을 풀어 주고, 동영상이나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을 부여한다. "아빠랑 맛있는 거 사러 갈까?" "응, 나는 내가 좋아하는 비프 맛 프레첼 과자 살 거야" 편의점에 가서 맛난 과자들 몇 개 골라서 집에 와서 과자를 먹고 남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우리 와이프가 집에 오고 그렇게 나는 해방을 하게 된다.


 내가 토요일 하루마다 육아를 하면서 느낀 건데, 어려서 내가 보고 배우고 느낀 부분들이 육아할 때 여실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어릴 적 형과는 다섯 살 터울로, 부모님은 모두 맞벌이를 하시느라 초등학교 때부터 주로 혼자 밖에서 형들 및 친구들과 어울리며 컸던 나에게, 어릴 적 아빠와 엄마와 노는 기억은 남아있지가 않다. 그저 사진 몇 장에 나와있는 게 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데 어떻게 잘 놀아줘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요새 어려운 학교 수업 있니?" "힘든 일 없니?"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그저 힘내라고 이야기해주는 게 다인 거 같다. 결국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육아를 하는 셈인 것이다.


 '바뀌어야 한다.' 하면서도 어려운 게 육아인 거 같다. 우리 두 어린 자매는 서로 잘 논다. 티격태격 서로 다투기도 하고 서로 없이 못 살 것처럼 부둥켜 안기도 하고, 그럼에도 아빠가 육아에 노력을 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맨날 자기가 논건 정리하라고 매번 잔소리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두 딸들이 대견스럽고 기특하기만 하다.


"어려서 기억이 평생을 좌우한다. 조금 더 놀아주고 노력해보자"

아빠와 단 둘이 갔던 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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