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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04. 2021

조삼모사

중요한 건, 직원을 위한 변화여야 한다.

 며칠 전, 삼성전자의 인사 개편안을 살펴보았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오래 지나지 않아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이러한 인사 개편안이 적용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번 인사 제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기사의 내용을 기반으로 나의 의견을 이곳에 적어보려고 한다.

삼성전자, 인사제도 '대수술'…승진 기한 없애고, 절대평가 도입  - 비즈팩트 > 기사 – THE FACT (tf.co.kr)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하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승격 세션'을 도입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 구축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의 직급 체계는 사원-과장-부장, 총 3단계로 구성이 된다. 대졸 신입사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중간 관리자라 할 수 있는 '과장'에 이르기까지 입사 후 8년의 시간을 검증받아야만 한다.'부장'이라는 직급을 달기 위해서는 8년의 시간 더하기 10년의 시간을 다시 검증받아야만 한다. 사실 오늘날의 '과장' 혹은 '부장'은 실제 OO과, OO부의 '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직들도 잘게 쪼개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과장을 달았다고 해서 아래 후배들이 더 붙거나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보다, 경력사원 채용 규모를 높이고 있는 대다수의 기업 추세로 볼 때 신입사원을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인사 적체 현상을 삼성 정도의 대기업이 절대 모를 리 없다. 예전 '장'이 가지던 책임과 권한은 없고, 그저 '과장' 혹은 '부장' 정도로 회사에서 역량을 쌓아왔구나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다고, 직급이 높다고 관리 업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나이가 많다고 개발업무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보통의 진급 트랙대로, 18년을 기다려 부장이 된다고 가정해보면, 남자는 45세, 여자는 42세 정도가 되는데, 삼성에서 어느 수준까지 승격 패스트 트랙을 운영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승격 속도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 기업이 따라갈 수 없고, 야망과 에너지가 넘치는 유능한 인재풀의 유출을 막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삼성에서 인지한 게 아닌 가 생각한다.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하고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구직자의 눈높이와, 기업의 대우가 어느 정도 일치할 때,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숙련된 인력의 적은 노동 그리고 적은 임금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실 선배들이 걸어온 궤적은 결코 작지 않다. 예전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거래선을 뚫겠다고 돌격 앞으로를 외친 선배도 있을 것이고, 이희승 소설가의 '딸깍발이'처럼, 묵묵히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후배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한 선배들도 있을 것이다. 몇몇의 월급 루팡과 고령 근로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고령의 근로자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생산성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은퇴 후에도 일자리의 기회가 있다면?"이라는 가정 자체로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고용 약속'을 하고 그것을 깨버리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인재양성 부분으로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해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중에 브런치에 별도 기고를 할 생각이지만, '사내 FA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 즉 자신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 규모가 작아서, 부서이동 자체가 안 되는 회사들이 대다수 이겠지만, 규모가 조금 큰 기업에서는 공감할만한 내용인 거 같다.

 삼성에서는 사내 FA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보며 함께 도우며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남는 한 가지 의문점은... 회사의 취지 자체는 매우 좋다 생각하지만, 많은 임직원들이 인센티브가 없는데 저 FA 제도를 이용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적어도 "하위 고과 할당", "굴러온 돌 취급"등, 쉬쉬하던 관행이 철폐되고, 공정하게 기존 구성원들과 잘 어울려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조직장들의 세심한 배려도 함께 요구될 거 같다.

세대가 다 어우러져 갈등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선배들도 고생 분명 많이 했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에서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단,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내가 의심하는 부분은 단 하나이다. '절대평가'로 전환할 때 정말 '절대'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회사의 재원은 한정적일 것인데, 누구나 잘한다고 상위 고과를 줄 수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인 것이다. 회사마다 다른 지표로 직원 평가가 이루어지겠지만, 동기부여 차원에서 잘한 사람과 못 한 사람으로 나누고, 그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가정해보면, 평가자 입장에서도 '우리 식구' 챙기기 바쁠 것이고, 피 평가자 입장에서도 평가에 따른 연봉 인상률이 높아져야 실질적 소득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잘 받는 게 좋을 것이다. 누구나 높은 연봉 인상을 하려면, 매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거나 하는 성장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스타트업 혹은 유니콘 기업 수준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 기존 상위 퍼센트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거나, 상위 퍼센트를 받는 사람들의 모수가 줄면서, 그만큼을 더 잘한 사람에게 몰아주거나 하는 등의 '오징어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인사제도를 삼성에서 시행하려는 의도를 짐작은 해볼 수 있겠다. 삼성 정도의 대기업에서 주는 연봉도, IT 유니콘 기업인 '네카라쿠배'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금전적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 특유의 답답한 의사결정은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자라난 90년대 이후 세대들에게 있어 직장 선택 시 앞서 언급한 IT 유니콘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나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확보해야만 회사는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그룹이 주축이 되어가며, 기존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틀을 깨며 흔들어 주어야 조직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인사제도 개편안은, 이런 미래의 주축 인력들에게 소위 '몰아주기'를 하기 위한 개편안이란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이러한 인사제도 개편으로, '초대받지 못한 자들'에 대해서도 기회와 관심경주가 꾸준히 이루어져야겠다. 조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발목 잡기'다. 교묘하게 조직 내에서 감언이설로 선동하는 꾼들이 늘어날수록, 그것을 치유하는 데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갈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러한 개편안들이 '회사를 위한' 개편이 아닌, '직원을 위한' 개편이기를,  '어차피 내가 해도 평가는 좋을 수 없어'라는 절망보다, '한번 해보자'라는 희망 찬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면, 아마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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