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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10. 2021

미묘한 틈을 주자

 요새 들어 E-Book으로 에세이를 자주 읽어보게 된다. 좋은 취미가 생긴 거 같다 나름 뿌듯해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기고한 이후로, 보다 책을 가까이할 수 있게 되어 감개가 무량하다.

 최근 들어 정말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 있다. 바로 '<언어의 온도> - 이기주 저라는' 책이다.

저자는 정말 놀라우리만큼 주변의 소리에 집중한다. 지하철 및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평소 오고 가는 소리, 지나가는 사람의 혼잣말 등, 그런 작은 콘텐츠를 가지고 본인의 생각을 담담하게 캔버스에 그려간다.

 책을 읽다가 만난 소중한 글귀를 소개할까 한다.

"이곳에 있는 석물은 수 백 년 이상 된 것들이 대부분이야. 참, 이런 탑을 만들 땐 묘한 틈을 줘야 해."
"네? 틈이라고 하셨나요?"
"그래, 탑이 너무 뻑뻑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언어의 온도 - 틈 그리고 튼튼함 중>

두 달쯤 전인 거 같다.

 계속해서 잠도 못 이루고, 매사에 의욕도 없어 회사 상담실을 주기적으로 찾고 있다. 도저히 그러지 않고서는 위아래에서 내려오는 압박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 상담 선생님한테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동안 회사에서 상담 선생님께 몇 번 정도 고민을 털어놓은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주기적으로 찾게 된 경우는 없는 거 같다, 아직도 상담시간을 챙겨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으면 심적으로 매우 힘든 거 같다. 여하튼, 나는 두 달 전부터 지금까지 상담 선생님께 그간 살아온 이야기부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중에, 상담 선생님은 내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정 중 한마디를 듣고 여러 번 되물어보셨다.

 "저는, 일할 때 항상 청문회 같다는 생각을 해요"

 "청문회요?"

 "네, 누군가 저에게 물어보면, 알든 모르든, 어떻게든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에 대해서도 '질의'에 대한 답을 먼저 준비를 하곤 해요"

 "너무 힘이 드시겠는데요... 청문회를 준비한다 생각하고 일을 하면, 정신적으로 버텨내실 수 있으실까요?"

 "매번 그렇게 일해왔는걸요... 요새는 근데 좀 너무 힘이 들어서, 이게 맞나 싶어요"

 그렇다고 내가 동료에게 이런 걸 기대하진 않는다. 그냥 스스로, 자아가 튀어나와 '이런 것도 몰라?'라는 자아가 나타나 스스로를 압박하곤 한다. 그러면서 내 안의 남아있는 틈을 모두 닫아버리는 거 같다.

 이러한 주기적인 상담과, 많은 책들을 읽으며, 지금은 조금씩 여유 있게 살아보려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마음 한 편의 자아에서는, '네 장점을 왜 버리려고 하는 거니?'라고 묻는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얼마 못 버틸 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걸 최근 깨닫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보려 하는 것이다.

 스스로 항상 쫓기며 삶을 살아가는 거 같아 내 마음의 '틈'이라는 여유를 부려볼까 하는데, 어떻게든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래는, 나의 일상에서 실천하려 하는 '틈새' 포인트를 잠깐 적어 볼까 한다. 글로 쓰면,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메일에 한 두줄로 완벽하게 정리하여 보낼 필요 없다. 어차피 전화로 다시 설명하면 되니까

일어나지 안 나지 모를 일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다. 어차피 일어나기 전 워크숍을 열어 줄테니까

모르는 건 그냥 모르겠다고 하자. 누군가는 답을 줄 것이다. 네가 굳이 찾아서 중개해줄 필요 없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말자. 너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자.

미팅 시간 10분 전까지 준비를 마칠 필요 없다. 어차피 정시 늦지 않게 너는 도착할 테니까


어떻게든 될거다. 세상사,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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