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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10. 2021

욕심

기회가 우리에게 올까?

로라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달이 조금 넘었다.

처음엔,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나도 무서웠다. 나를 맞이해 주던 그 녀석이 집에 없다는 게 미칠 듯이 슬펐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사람은 정말 망각의 동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로라라는 존재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워갔다. 나 또한 조금씩 그녀를 잊어가며 로라를 만나기 전인 2년 전으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요새 포털 사이트는 섹션 별로 자신이 볼 부분을 설정할 수가 있더라.

그중에서도 나는 네이버 '동물 공감' 코너를 매우 좋아한다. 그곳에서 아웅다웅 행복하게 살아가는 반려동물과 집사들을 볼 때면 대리만족을 느낀다랄까..?

 그러던 어느 날, 약 2주 전의 일이었다. 내 눈을 의심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입양' 공고에는 로라와 너무나도 닮은 삼색 냥이가 올라와 있지 않은가. 나는 와이프에게 이 공고 글을 전달했다.

 "어머, 로라 아니야?"

 "그러게, 정말 닮았다. 그래도 쟤는 로라가 아니잖아"

 "알아 여보, 그래도 자꾸 쟤한테 눈이 가네..."

 와이프는 우리 때문에 고양이 별로 간 로라에 대해 미안함과 동시에, 혹여나 새로 오게 될 고양이도 그런 아픔을 겪을까 봐 아직 마음의 준비를 못한 모양이었다. 나 또한 입양 생각은 없었다. 그저 로라와 비슷한 녀석이구나 싶은 정도였다.

이쯤이면 로라라고 불러도...


 2주일이 지난 요새, 나는 '쪼랭이'라고 불리는 아이의 입양 공고가 올라와 있는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다. 다른 냥이들도 참 예쁜데, 유독 쪼랭이한테만 눈이 갔다. 점점 와이프에게 "쪼랭이 아직도 입양 못 갔어"라는 말을 하는 빈도가 늘어만 갔다.

 "여보, 쪼랭이가 자꾸 눈에 들어와, 아직도 입양이 안되었어"

 "어디 보자, 9월부터 입양 공고가 있는데, 왜 아직도 못 갔을까?"

 "너무 이쁜데... 로라 생각나"

 나는 며칠을 더 고민하다가, 쪼랭이를 데려오고 싶다고 와이프에게 이야기했다. 비록, 로라가 그렇게 되었지만, 우리는 로라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또 다른 고양이에게도 잘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와이프는  마지못해 승낙하며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대신, 입양 사유에 로라이 야기를 적어야 돼, 그러고도 입양이 가능하면 쪼랭이를 데려오자"

이 예쁜 아가를 왜 안데려가는거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용기를 내어 묘생 역전 카페에 쪼랭이 입양 계획서를 제출했다. 와이프가 이야기 한 대로, 키우던 고양이에 대해, 우리의 부주의로 고양이 별로 보냈다는 내용과 더불어, 그럼에도 입양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기르겠다는 담백한 이야기를 담아 제출했다. 와이프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여보, 일단 제출했어. 미안해"

 "아냐, 이왕이면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복잡하다. '전에 키우던 고양이를 부주의로 잃은 입양 희망자에게, 소중한 쪼랭이를 보내줄 수 있을까? 차라리 입양이 거절당하면 좋겠다.' 등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제는 결과를 기다려 보려 한다. 쪼랭이가 오지 못하더라도, 더 좋은 주인에게 입양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만약 쪼랭이가 온다면, 이번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더욱더 조심히 키워야 할거 같다.

"로라 야, 네가 아직도 보고 싶구나. 미안하다."

솔직하게 과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쪼랭이를 데려오기 위해 입양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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