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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an 15. 2022

Be uncomfortable

불편한 지하철

 내가 회사까지 가는 route는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지하철이다. 집에서 지하철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지만, 내려서 회사까지가 아주 상당히 애매하다. 도보 7분 정도의 거리라서 굳이 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집에서 회사까지 4 정거장밖에 안되어서 짧은 이동 시간이 깡패다.

 두 번째는 버스다. 집 앞에서 2개의 노선이 가며, 가장 '안 걸어도'되는 교통 편의를 제공한다. 단점으로는 아침에 지하철보다는 조금 늦게 간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내가 타는 버스들이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아 시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셋째 넷째는 자전거와 도보다. 지금 사는 곳에서 자전거로는 25분, 도보로는 50여분 정도 걸리는데, 사실 코로나 이전에는 자전거가 1 옵션이었다. 회사까지 와서 헬스장에서 씻으면 아주 좋았는데... 지금은 재개가 요원하다. 도보는 가끔 답답할 때 퇴근 후 걸어간다. 요새같이 추운 날은, 걸어가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사실, 어릴 적에는 맨날 이상한 드라마(?) 나 봤었어서, 회사를 다니게 되면 대중교통은 안 타고, 항상 멋진 양복에 넓은 자동차를 타고, 운전 중에 지나가는 여자 동료를 보면 '타세요, 데려다 드릴게' 이런 멋진(?) 멘트도 날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상황은 드라마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걷는 게 마음이 편하다. 내일모레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오십이 되어서도, 자동차를 굳이 끌 생각도 없고, 그럴 능력도 안될 거 같다. 차를 운전할 때 감수해야 할 책임에 대해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오늘은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탈 때의 느꼈던 불편했던 점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통화를 실시간 중계하시는 분들

 보통, 노약자석에서 자주 목격되는 상황이다. 어르신들이 귀가 안 들리는 거... 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 함께 그 대화 내용을 듣고 있어야 할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인지. 게다가 좀처럼 끊질 않으신다. 보통은 지하철에서 전화가 울리면 작게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내려서 다시 전화를 건다고 하거나 하는데,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다 나의 통화를 들으라는 건가... 무슨 심리인지 좀 많이 궁금하다. 마치,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외장 스피커에 힙합 장르의 노래를 켜 두고 'Makes some noise'를 외치는 것과 같은 심리 일려나?

 

 물론, 어르신들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약 20여 년을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나의 데이터로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앞으로 20년 후에 '실시간 통화 중계'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뿐이다. 


#2, 공간에도 순서가 있다.

 이런 경험들 대부분 있을 것이다. 양쪽에 두 사람이 앉아있는데, 등을 뒤까지 기대고 편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가운데 아주 작은 공간이 있어서, 여기를 비집고 앉아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등을 끝까지 기대지 않는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을 해왔고, 나 또한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것을 일종의 'Rule'로 여겨 왔을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옆에 한 명이라도 내리면, 그제야 내 등을 끝까지 기대어 온전히 내 공간으로 만든다.

 이윽고,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여, 비어있는 자리를 비집고 앉는데, 내 어깨와 강하게 부딪칠 정도로 공간을 만들려 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심지어 째려보는 사람도 경험한 적이 있다. 


 쉬이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런 사람은 보통 자기가 공간을 먼저 차지하고 있어도, 상대방이 자기와 똑같이 비집고 들어와 공간을 확보하려 하면 더 속으로 뭐라고 하고 불편해할 사람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하철 각 좌석마다의 공간이 넓어지지 못하는 현실 상, 나는 '공간에도 순서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피를 덜 차지하는 사람 옆을 자꾸 찾아 앉으려고 하고, 보통의 경우, 이렇게 내 공간이 아주 작을 것으로 예상되면, 다리가 아프지 않은 이상 잘 앉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나도 부피가 제법 나가다 보니, 내 옆에도 사람들이 먼저 잘 앉지 않는다...


#3, 출근 시간 에스컬레이터 길막

 퇴근시간은 용인된다. 무얼 해도 용인된다. 그 시간에는 사람이 뭘 해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출근 시간은 나 스스로 마음에 긴장감이 감돈다. 

 사장님 빼놓고, 출근시간이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일해봤자 나한테 떨어지는 게 크게 없는데, 돈만 받고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이 대부분 일 것이다. 결국 출근하고 싶지 않은데, 출근을 해야 하니,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것이다.

 

 내가 출근할 때 타는 에스컬레이터는 상/하행 모두 1줄이다. 하물며, 내가 타는 역은 명일동, 고덕동 등에서 잠실 출퇴근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두 버스가 길게 늘어서 많은 사람들이 환승을 하는 곳이다. 이미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면 지하철역으로 뛰어간다. 마음이 초조해져서 나도 덩달아 뛰어간다. 그때, 느긋느긋, 등산복을 차려입으시고 양손으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꽉 붙잡고 내려 가시는 분이 내 앞에 있으면... 뭔가 모를 화가 올라오곤 한다. 물론, 안전상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말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길을 막아버리면 뭔가 초조해진다. 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뒤를 돌아보면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라리, 에스컬레이터를 없애서 누구나 계단으로만 다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면 열 받을 일이 절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출근시간, 출근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 마음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시면 복작복작한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시면 어떨까도 생각한다. 굳이 마음 급한 사람들 한꺼번에 내려가는데, 느긋하게 길을 막고 있으면... 뭔가 약 올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저 나만의 뇌피셜로 작성한 글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 바이다. 세대갈등, 젠더갈등 이런 거 생각하기 전에, 내가 그간 지하철을 타며 불편했던 포인트들을 상기하다 보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들어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글을 읽으며 혹여나 불편하신 분들이 있으면 사과를 드리는 바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글을 쓰는 나 또한, 나이가 들어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수밖에 없다. 

내 통화는 나만 들으면 되고,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있으면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으면 되며, 갈길이 구만리인 젊은 사람들의 앞을 막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퇴근만 바라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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