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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an 26. 2022

똥개 훈련

언제까지?

"내일이 엔솔 상장일이죠?ㅎㅎ"

"아 그렇네요, 얼마나 먹으려나..."

"요새 윈터 시즌이라 많이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그러게요..ㅎㅎ 보너스도 얼마 나오지 않는데 이거라도 먹었으면 좋겠다"


 요새 삶의 작은 활력을 주는 단체방이 하나 있다. 이름하야 'MZ세대 방'. 

원래는 '개발' 방 비슷 한 이름이었는데, 방주 형은 MZ세대란 81년 생부터 96년 사이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며, 본인도 MZ세대라고 박박 우기며 방 이름을 바꿨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많은 메시지들이 오가는 것을 눈팅하며 매일 타는 초록색 간선 버스에 올라탔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꼽고, 유튜브로 슈카 월드를 듣는다. 요새 슈카 월드는 내가 좋아하는 역사나 지리 이야기를 별로 안 해서 딱히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재밌게 이슈를 풀어줘서 나의 최애 채널 중 하나이다.

 '이번 정류장은, 잠실역 8번 출구입니다.' 버스 탄 지 약 20여 분 만에, 회사에 다 와가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회사에 도착했다. 요새는 엘리베이터가 맨날 고장이란다. 심지어 사람이 갇힌 적도 있단다. 게이트를 통과하고도, 5분 후에나 겨우 엘리베이터를 잡고 올라올 수 있었다. 이처럼, 나의 하루는 언제나 그랬듯, 마냥 오고 싶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사무실로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였고, 오늘 하루도 다른 날들과 동일하게 넘어가나 싶었다.


"어, 어... 집에 다시 가야 할거 같은데?"

"왜요?"

"확진자가 나왔다는데요..?"

"에잇, 또 집에 가야 돼?"

 

 아침에 상장 주식과 관련된 내용으로 그리 바쁘게 울리던 MZ세대 단톡방에서는, 회사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내용의 대화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진심으로 아니길 빌었지만, 그 기대는 1분 후 산산조각이 났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건물 전체를 폐쇄합니다."

 건물 중앙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은 또다시 각자 자리에서 한 바가지 욕을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겨우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다시 짐을 싸서 집을 가면,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다시 하기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전 10시 정도에 확진자 나왔다고 집에 가라고 하면, 점심도 또다시 스스로 해결해야 하므로, 신경 쓸게 더 많아진다. 사람들이 그래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인지, 능숙하게 짐을 싸고 한꺼번에 우르르 건물 밖을 빠져나온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11시에 회사 밖을 나왔다. 단 두 시간 만에, 사실상 오전 업무는 종 친 셈이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건 폐기되어야 할 점심이다. 회사 식수가 몇 천명 정도 되다 보니, 새벽부터 여사님들이 밥을 만드시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버릴 수밖에 없단다. 안 버리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코로나' 확진이 나온 건물에서 만들어진 밥이라고 하여, 어딘가 기부를 해도 사건 사고가 터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단다.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요새는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 같다. 하루에 만 명을 넘네 마네, 이제는 감흥도 없다. 

아울러, 오미크론 변이는 전염이 빠른 대신 치명률은 낮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게다가 회사 임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은 90프로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건물 전체 폐쇄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위에서 이야기 한 대로, 코로나 감염 위험성과 집으로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위험(?)까지 무릅쓰고 출근을 하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가족이 있는 채, 집에서 일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집안일부터, 육아까지 도처에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회사에서 5시간이면 끝날 일을 8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면, 협업 관련해서는 다소 출근하는 이득이 줄어들겠지만, 자리에 찾아가서 직접 이슈를 설명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설명을 듣는 것은 매우 직관적이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여 준다. 이처럼 감염 위험성을 안고도 출근을 강행하는 것은, 업무적으로 최소 투자 최대 효율 제고를 위한 나만의 전략인 셈이다.


 어서 빨리 위드 코로나든, 앤데믹이든 왔으면 좋겠다.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은 출근길을 감수하고, 열심히 일을 하는 와중에 '재택근무 명령' 방송을 들으면, 그날 기운이 쭈욱 빠진다. 

 간혹 집에 가려고 와이프에게 카톡을 하면, 종종 아이들 친구가 집에 놀러 와 있다는 대답을 들으면, 하릴없이 집에 와서 주섬 주섬 노트북을 챙겨 커피숖을 전전하며 노트북 충전용 돼지코를 찾아 착석 후 일을 하다가. '3시간 이상 착석 금지' 안내문구를 보고서는 나의 입문 시간과 현재 시간을 비교하고 있는 나 자신이 슬퍼질 때가 있다.


 코로나에 걸려도, 그냥 감기처럼 일을 하는 세상.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꼭 그리 되기를 간절히 기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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