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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Feb 18. 2022

리더 기피 현상

결국 조직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

"내가 입사했을 땐, 내 목표가 그룹장이었어. 그런데, 요새는 다들 그렇지 않은 거 같아"


 오랜만에 A그룹장이 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와주셨다. 물론 나를 보러 오신 건 아니다. 내가 모시는 PM과 막역한 사이여서 그분을 뵈러 온 듯하였으나, PM이 이석중이라 기다리시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걸어오셨다.


 사실 A그룹장보다는 'A수석님'이라는 호칭이 더 입에 붙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Head Quarter의 핵심 참모로서 팀의 매출과 전략에 큰 기여를 하시던 분이고, 직책을 맡으신 걸 본 적이 없어 그냥 수석님 수석 님하며 농담 따먹기도 하고 지내는 사이였었다. 그런 분이 올해 초, 조직개편과 동시에 조직장으로 부임하셨다.


 그분과 이야기 도중, '리더 자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맨 첫 문단처럼, A그룹장이 입사하셨을 때는, 조직장의 파워가 막강했다고 한다. 인사 및 비용 등 권한이 매우 커서 누구나 꼭 가보고 싶은 코스라고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막상 본인이 달아보니, 자기가 늘 봐오고 꿈꿔왔던 '조직장'의 모습은 닮아갈 수 없더라 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실수할까 봐 항상 조심하게 되고, 또한 '조직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에 다른 후배들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었다.


 나도 A그룹장님처럼, 잠시나마 조직장이라는 꿈을 꿔본 적이 있다. 근 몇 년 동안 꽤 평가가 나쁘지 않았고, 평판 관리도 잘 가꾸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 조직장들을 보면, 나에게 시켜도 안 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회사에서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임에는 분명하지만, 예전처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사업방향을 정한 다던지,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챌린지 속에서 조직장의 역할은 상당히 많이 축소된 것 같다.


 위와 같은 조직 및 매출 성장적 고민보다는, 팀원들 간의 분쟁을 조정해 줘야 하고, 조직관리에 큰 잡음이 없이 운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조직장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는 최근 들어 더 크게 대두되고 있는 'MZ세대'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기업들의 변화에서 시작이 된 것 같다.


 이러한 변화는 나와 비슷한 중간 관리자급 연차의 동료 직원들의 대화에서도 체감된다. 최근 들어서는 일반 직장인의 최고 만렙인 '부장 진급'도 일부러 포기하는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부장을 달면 연봉 인상률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뿐만 아니다. 매니저를 포함한 조직장 등의 직책을 굳이 안 달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진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권한은 없는데, 책임은 많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던 만렙, '조직장' 자리.

지금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 자리에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워라밸을 잘 즐기며, 가늘고 길게 회사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이런 리더 기피 현상은, 유능한 리더 후보군들의 쟁취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을뿐더러, 잘못된 리더 선택 확률 증가로 인하여, 궁극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수도 있다.


 후배 직원에게, 잘못된 부분을 따끔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선배.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오해하지 않고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을 줄 아는 후배, 우리 사회는 지금 두 부분에서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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