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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Feb 17. 2022

마지막 인사

왜 그랬을까

"A 프로님... 인사도 없이 그냥 나가신 거예요?" 오늘 회의에서 고객 중 한 명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A 프로의 이야기이다. A 프로는 일신상의 이유로 휴직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 사람은 나와 작년 4월부터 지금껏 일해왔었다. 때로는 나와 가깝다고 생각한 동료로서, 어떨 땐 나로 하여금 서운한 마음이 들게 하는 동료로서, 그렇게 함께 일해왔다.


 나에 대해서는 안 좋은 감정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브런치에 기고했듯, 업무 중 내가 그 사람에게 했던 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물론 나의 생각은, '내가 그 사람에 대한 권위'가 모자라다 생각했을 뿐,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생각하진 않는다. 


 작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그토록 숨 가쁘고 힘겹던 터널을 성공적으로 지났고, 그 결과로 그저께 고객사에서도 최종 운영 계약을 다시 해주셨다. 우리를 좋게 봐주셔서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팀에 일원으로서 재 계약에 기여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바로 그다음 날, A 프로는 고객사와 함께 있는 방, 그리고 나와 다른 개발자들도 함께 있는 방을 '인사 없이' 나가고 말았다. 나와 동료 B, 그리고 PM은 모두 당황해했다. 

'아니, 이렇게 가시면... 남은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 건지.'

B의 생각은 한 줄로 요약되었다. 남은 사람에게 머쓱타드를 주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나였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수시로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을 만났다 헤어졌다를 무수히 반복해왔다.

그럴 때마다 가져온 철칙이 있는데, "마무리를 잘 하자"라는 것이었다. 늘 언제나 내가 프로젝트를 나가야 할 때가 오면, 일이 항상 몰렸다. 업무 인수인계도 그렇지만, 그간 잡고 있던 업무의 관성은 쉬이 나를 놔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워왔다. 왜냐면,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투입 해제 전날 밤을 새더라도, 그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고 기쁠 뿐이었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마지막 의미 부여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A 프로의 이런 행동은, B가 이야기한 데로 고객사 주간 회의 시 우리에게 머쓱타드를 선물하였다. 왜 우리가 A 프로의 상황을 고객사에 설명하고 있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게다가, A 프로를 고객사에서 많이 아끼고 좋아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런 예측 불가하고 불편한 행동을 해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왜?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태도는 매우 아쉽다고 생각한다.


 설사 나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졌다 치더라도, 그것은 나에 대한 감정으로 마무리를 해야지, 이렇듯 출구 없는 출구전략을 통해 스스로의 마지막 평판을 갉아먹는 행동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줌마들끼리 카톡방 만들어도, 그런 짓은 안 하는데?"

산책 중 우리 와이프와 나눴던 대화였다. 다시 한번 곱씹어봐도, 남은 동료들에게 '해명 및 대응'이라는 불필요한 업무마저 주고 간 A가 아쉬울 뿐이다.


"아줌마 단톡방도 안 그래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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