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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Feb 20. 2022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를 읽고 

 인스타 그램은 정말 신기하다. 나와 전혀 연결이 안 될 거 같던 사람도, '우연을 가장한 선물'처럼 나와 연을 맺어 주기도 한다. 

 헝가리에 현재 거주하고 계시는 R 님과 인스타 알고리즘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내가 올리는 한국의 일상이나 건물 사진들이, 타지에 계신 그분에게는 고국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해 드린 거 같아 뿌듯한 마음이었다.


 R 님과 인스타그램 DM을 이어가던 중, 우연히 내가 이 브런치를 쓰고 있다는 점을 알려 드렸고, 사회생활할 때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그러고는 한 가지 책을 추천해 주셨는데, 바로 조우성 저자, 인플루엔셜에서 출판한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라는 책이다. 


 물론 내가 사회생활 동안 역할적으로 리더를 맡은 경우도 많고, 팔로워로써 조직에 도움을 준 적도 많다. 책장을 넘기며,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통용될 만한 것들을 잘 담아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팔로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볼수록, 리더가 되었을 때의 나의 모습을 미리 그릴 수 있게 해 준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전부다 서평을 하긴 어렵고, 대신 이 책에서 가장 내가 격하게 공감했던 내용 3가지를 들어 나의 작은 경험과 연결 지어 이야기를 드려볼까 한다.


#1 조직의 갈등은 리더가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작년의 나의 경우가 그렇다. 내가 그간 이 정도의 갈등이 없었던 터라 예전 방침은 잘 모르겠지만, 회사에서는 동료들 간의 갈등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머릿속에서 꿈꿔온 갈등 중재 방법으로는, 최소 '3자 대면'정도는 할 줄 알았다. 리더가 갈등 관계자 둘을 모두 불러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중재하는,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주실 줄 알았지만, 내 기대는 공염불이 되었고, 결국 지금에 와서는 나와 그 동료 사이는 서로 좋지 못한 감정을 갖는 관계로 남게 되었다.


 책에서는 이럴 경우에 어떠한 기준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지 기술하고 있다. 바로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일 공산이 크다."라고 적혀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내가 겪었던 갈등 상황에 대입해 보았다. 먼저 갈등을 일으켜 내가 이익을 얻는 사람 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그 당시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많은 동료들의 동의를 구한 후 업무 태도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문제 지적을 한 입장으로서, 그 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잃는 것이 많을 수 있음에도 이야기를 한 내가, 크게 이익이 올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여기까지만 기술하도록 하겠다.


 어찌 되었든, 책에서는 문제 발생 전 문제의 씨앗을 없애는 것이 가장 베스트이며, 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누가 누구를 왜 어떻게 견제하는지, 회사에서 각각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리더의 책무라 적혀있다. 아주 심히 공감 가는 바이다.


#2 끼리끼리 문화


 약 11년 전, 입사 한 이래로, 4~5년간은 조직이 큰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때는 조직이 성장하는 단계이므로, '사람'이 귀했다. 즉, 평판보다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올 사람이 필요하므로, 스펙만 맞으면 자리에 '꽂아'서 일을 하였었다. 


 그 이후로, 내가 속한 조직은 계속된 다운스트림을 걷고 있다. 후임자는 들어오지 않고, 나를 비롯한 막내 세대는, 중간관리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내다. 그때 선배들이었던 분들도 아직 대부분 자리에 계시다. 지금도 '사람'이 귀하다. 다만, 평판이 좋은 사람이 귀하다. 일할 자리는 제한되어있고, 조직의 인력이 순환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인력들의 '구미'에 맞는 사람만을 구해 올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발'이 넓은 몇몇의 '끼리끼리'들이 한 다리 혹은 두 다리 건너 평판을 재단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거 같다.


 물론, 평판은 매우 중요하다. 함께 일할 동료가 아무래도 평판이 좋아야 '본인'이 편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정보 조회 욕구가 강해지다 보니, 몇몇 사람들에 의해 '카더라'가 신뢰할만한 것으로 포장되어 맹신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책에서는, '칭찬 품앗이'를 경계하라고 적혀있다. 끼리끼리 구성원들은 패거리를 형성해 그 안에서 서로를 칭찬해 주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들은 리더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조직이 속한 구성원들의 공동 이익을 위해 힘쓸 가능성이 많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매우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있는 조직은 그렇지 않지만, 현재 축소되고 있는 조직 속에서 나타나는 작은 사건들을 보며, 많이 공감되었던 책의 내용이었다.


#3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에 이력서를 정리할 일이 생겼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께서, 이력서를 한 장 달라고 말씀을 주셨기 때문이다. 크게 정리는 되어 있어서, 많이 손을 대진 않았지만, 이력서를 수정해 가며 느낀 점은, '나는 꽤 많이 업무를 바꾼 경우'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2011년 8월에 입사한 이래로, 대략 1년 에서 2년 주기로 프로젝트를 계속 옮겨 다녔다. 내가 조직과 다투어서 나 간경 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떠날 때 언제나 박수를 받고 떠났으며, 아쉽다며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받고 옮기곤 했다. 생각해보면 도전정신 같은 근사하고 멋진 상념에 빠져 그리 행동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저, 예전 대학 4학년 때 군사학 시절, 우연히 들었던 H소령의 한마디 때문이었던 거 같다.


"장교는, 2년 이상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 왜인 줄 알아?"

"(일동) 잘 모르겠습니다."

"2년이 넘으면, 책임감이 아닌 요령으로 근무한다. 현재에 안주하면서 말이지"


 그런 한마디 한마디가, 내 머릿속에 꽂히며 여전히 나의 행동으로 실현되는 것이 신기하다. 군 생활을 오래 한 것도 아닌데, 나는 저 H소령의 말이 너무나도 좋았다. 

 앞으로도 나의 여력이 되는 한, '책임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스스로 안주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 이제는 하도 옮겨 다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 따위 나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리셋되어도 나는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리더는 현재에 안주하기 십상이며, 고인물이 썩는 것처럼 조직은 급격히 조로화가 진행되며, 리더가 아랫사람을 닦달하기 시작하며 조직문화가 깨질 수 있다고 적어 두었다. 아울러, 작은 성공을 맛본 리더일수록,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과거의 작은 성공을 마치 불변의 정답인 양 집착하며 새로운 시도나 변혁을 거부하는 리더들을 적잖이 만나곤 한다고도 했는데, 정말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리더든 아니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자만심을 항상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짐한다. 몇 년째 축소되고 있는 내가 속해있는 조직 내에서 '반면교사'를 쉬이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계속 스스로 주지한다.


  오랜만에, 아주 명쾌하고 가슴 뛰는 책을 읽어 기분이 좋다. 나의 브런치 글을 보고는, 내가 관심 가질 거 같은 책 콘텐츠를 잘 큐레이팅 해주신 R님께 다시 한번 사의를 표한다.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 봐야 하는 책으로서 추천한다. 현재 위치가 리더이든 팔로워 이든 간에,

리더라면, 항상 옆에 두어 어려움을 겪을 때 '비단 주머니'로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팔로워라면, 향후 리더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미리 그려 볼 수 있는 좋은 실천 예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R님,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저에게 많은 영감이 되는 지식이나, 추천 콘텐츠 있으면 알려주세요!"
 

'나는 안 그래야지, 나는 안 그래야지' 오늘도 나에게 이 말을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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