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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Feb 25. 2022

불편한 진실

눈 가리고 아웅

 올해부터, 내가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개인별 '진급'결과를 사내 게시글로서 공개하지 않고, 진급 결과만 개별 통보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후, 현재 아마도 개인별로 결과를 전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조치와 보폭을 같이하여, 개인 직급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사내 시스템의 수정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나는 2019년, 운이 좋게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진급을 할 수 있었다. 분명 나 혼자 이루어 낸 것이 아닌,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한 성과를 회사에서 인정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받았던 많은 선후배들로부터의 축하는, 지금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기분 좋았던 일로 기억된다.


 반면, 나와 같이 제때 진급을 못했던 동료들도 물론 존재했다.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각각의 직급에 대한 승격 심사 비율이 있다고 하며 내가 진급했던 직급의 승격률은 약 50프로가 안된다고 전해 들었으니, '너 아니면 나'의 동료들 간의 피 튀기는 경쟁을 회사에서는 시키고 있는 샘이다.

 단락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제때 진급하지 못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속앓이를 하고, 2월 28일, 진급 발표일이 되면 휴가를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아마 올해도 다음 주 월요일이 되면, 메신저 상태가 '쉼표'인 사람들이 꽤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진급이 안된 것을 '실패'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이처럼 제도화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부분이다.

  매년 개인별 평가를 통해, 결과를 수치화하여 승격에 필요한 점수를 누적하는 방식이며, 이 평가는 연봉과 성과급등, 금전적인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구성원들이 매우 평가에 민감해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공정성'은 정말 중요한 평가 덕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 수능성적처럼 정말 정량적으로 알 수 있는 수치가 아닌, 사람마다의 태도, 역량, 기대치, 타이밍 등 많은 변수들이 평가에 대입이되기에, 애초부터 '공정한' 평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A는 태도가 좋아, 어려운 일을 해 내 거든'이라는 평가 근거를 자신 있게 공표할만한 리더 거의 없다. 나는 평가자는 그러한 기준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이 없는 평가자는 피 평가자들이 신뢰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피 평가자들 또한, 스스로 납득할만한 부분이 있으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평가를 잘 받은 사람들을 닮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평가자들의 Needs를 맞춰 나가야 하는 것은, 우리 직장인들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한다고 해서, 이러한 평가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고객의 지갑을 직접 열어야 하므로, 더 냉엄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평가를 받아왔다. 비단, 입사해서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가 결과에 불편함을 느껴 이들을 조심해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도 맞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노력을 통해 귀감이 될만한 사람들을 공표해 왔던 것도 '진급 발표'의 순 기능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이러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에게, 이제는 '축하 인사'조차 건넬 수 없게 된 사실이 실제 개개인별 직급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속에서, 눈만 가리고 아웅 하며 오히려 구성원들의 성취 의지를 갉아먹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지, 아쉬운 마음도 드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진급 축하해, 박책임. 그간 고생 많았어. 이젠 이런 격려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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