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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r 13. 2022

끝내 축하 인사도 못하고

 이번 주 금요일, 작년부터 함께 일을 해온 동료가 출산을 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회사 게시판을 통해 알았고, 그룹 스태프의 단체 메신저 방의 공지를 통해 듣게 되었다.


 뒷맛이 상당히 씁쓸했다. 나를 비롯하여, 다른 동료들이 얼마나 싫었으면, 본인의 출산 소식을 알리지도 않았을까. 그래도 1년여를 서로 알고 함께 일해왔는데, 축하해줘야 할 일을, 축하도 못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프로젝트를 나가는 신고도 없이, 메신저 방을 나갔던 사람...이라는 것을 그간 까먹고 있었다.

 나는 지금 마지막 인사라고, 내가 예전에 글을 썼던 동료와 같은 분의 이야기를 나는 하고 있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함께 일하는 동안, 팀 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함에도, 업무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그다지 하지 않았고, 본인의 감정이 상한 발언 한두 개를 가지고, 나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여, 내 평판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나는 속이 그다지 넓지 않은 사람이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그 당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쿨한 척했지만, 그 이후에는 그 사람을 보는 것, 혹은 같은 메신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짜증이 났다.


"곧 출산 간다며 그럼 그때까지만 참어, 곧 나가겠지"

와이프는 내가 집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위처럼 나를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달래곤 했다.


 곱씹어 생각해 보면, 회사 들어와서 사람에 대해 이 정도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던 사례는 처음인 거 같다. 협력업체, 고객, 선배, 동료들에게 업무적으로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내 잘못이지 뭐' 하며 하루 이틀 정도 끙끙 앓다가 회복이 되곤 했었는데, 이 정도로 마음에 담고, 평상시에도 내 리소스를 잡아먹게 한 것을 보면, 이번 건은 정말 꽤 컸던 사건인 거 같다.


 그럼에도, 서로가 돌아갈 수 있는 다리는 불태우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 함께 팀을 이루고 있는 날까지 별도의 언급이나, 오해 살만 한 표현도 하지 않고 원만히 남은 시간 동안 지내왔다고 생각했건만, 마지막까지 그 사람이 나에 대한 생각을 위와 같이 명확하게 표현해준 것은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출산 후 잘 회복하여 다른 동료들과 더 재밌고 유익한 사회생활을 영위해 가길 바란다.


 나 또한, "동료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앞으로도, 내 소중한 리소스를 쓰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게 되었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에게 쓰기도 바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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