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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pr 14. 2022

아니 벌써?

Time is 애로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때는 언제일까?

아주 가깝게는, 분명 며칠 전만 해도 눈과 비가 오던 겨울을 지나고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그토록 기다려온 벚꽃과도 이별을 하고 있다. 그만큼 계절이 바뀌는 시간은 빠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쑥쑥 커 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빠르다고 느낀다.

분명... 엊그제(?) 까지만 해도 누워서 분유 먹고 토하고, 유모차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어제는 나와 와이프를 향해, 그간 '서운한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제 이 녀석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지?'라는 생각과 함께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곤 하게 된다.

 


"프로님, 오늘 13시 이후로, 동관 18층 8 회의실 오셔서, 10주년 기념 목걸이를 가져가시면 됩니다."

오늘 팀 스탭은 나에게 입사 10주년 기념 목걸이를 수령해 가라고 메신저를 주셨다.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거 같다. 내가 이 회사를 입사하고, 현재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분명 입사한 지가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한데...

 물론 엄밀히 말하면 작년 8월에 만 10주년을 넘겼다. 

 다만 그때는 소정의 격려금과 유급 휴가 3일을 받았을 뿐, 오늘처럼 기념 목걸이를 주진 않았기에 사실 기쁜 마음은 들지 않았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닌 지 10주년 이라니...

문득, 회사에 입사하고 겪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가 입사할 당시, 즉 2011년에는,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는 IT 서비스 업체에서 부동의 Top Tier를 유지하던 회사였다. 신입사원도 1년에 1,000명이 넘게 뽑았고, 회사는 계속해서 커 나갈 줄 알았다. '내가 여기를 다닐 자격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기뻤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부끄러운 흑역사지만, 회사의 마크가 좋아 신입사원 때는 재킷에 회사 배지를 달고 다닐 정도로, 자랑스러워했던 적도 있다. 물론 지금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2022년 현재는, 옛날의 영광을 찾기는 어려울 정도로 구성원들의 만족감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우리 애가 OO에 취업을 했어"

 부모님은 자랑스럽게 친척들에게나 친구들에게, 내가 다니는 회사명을 이야기하며 축하를 받았고, 나는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는 생각에, 언제나 즐거웠던 거 같다. 회사가 나의 자랑이듯, 나도 회사의 자랑이고 싶어 언제나 회사의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리라 다짐했던 기억도 난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입사해서 부족한 나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던 기억이 있다.

역설적으로 학부시절, IT수업들을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흥미가 없던 내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정말 쪽팔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나갔던 기억이 난다. 소스들을 통째로 외워서, 누구 하고도 로직 이야기를 나누고, 영향도를 파악할 정도로 공부해 나갔던 기억과, IT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만의 멘토를 선정하여 닮고자 하는 선후배들의 장점을 많이 닮아가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인격모독과, 욕설을 달고 사는 상사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저렇게는 되지 않아야지' 하는 반면교사로 삼아 그러한 단점들마저 배우려고 노력해왔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게 나는 'IT Professional'이 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이 회사에서 배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구성원들이 제각기 다른 삶을 살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누군가는 더 나은 연봉을 쫒아서, 누군가는 기술적 갈증을 느껴, 또 다른 누군가는 더 늦기 전에 자기 사업을 위해 떠난다고 했다. 


 나 또한, 신입사원 때의 설렘은 이미 많이 씻겨 나간 지 오래다. 숨쉴틈 없이 밀려오던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집에 퇴근해서 돌아오면 누워 자기 바빴고, 그저 나에게 남는 건 한 달에 한번 월급 뿐이어었다. 

 입사하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걸로 생각한 '내가 좋아하는 일'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그저 지금도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하는 고민만 행할 뿐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퇴직인사 메일을 보냈다. 처우에 대해서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긴다고 전해 들었다. 그저 부럽기만 하고, 나만 또 뒤처지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도 엄습해 온다. 이대로 있어도 되는 것인가 싶다. 나 혼자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늘도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한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그 이전에는 초등학교 6년이 고작이었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훌쩍 넘어버린 나의 회사 생활 기간이다. 오늘에서야 금 5돈짜리 10주년 목걸이를 수령했지만, 사실 올해 8월이면 만 11년이나 근무를 하게 된다. 하루하루를 나는 계속해서 내가 조직에 소속된 기간을 경신하는 중이다. 


 자신감이 넘치던 사원 대리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직급에 오르고 나니, 단어 한마디 표현하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우선 내게 주어진 회사의 과업을 최선을 다해 완수할 생각이다. '지금 주어진일을 잘 해내야, 그다음 일이 주어진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내 가치관을 따르기 위해,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그렇기에, 앞서 생각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언제나 퇴근해서 엄습하는 유령 같은 존재다. 업무시간에는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10년 버텨 내느라 수고했어, 앞으로도 쉽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너는 잘 해낼 걸로 믿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오늘의 한마디다. 하루하루가 쉬이 넘어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걸 기반으로 조금씩 성장해 갈 나에게, 오늘만큼은 수고했다고 스스로 칭찬 박수를 쳐 주고 싶은 하루였다.


저 사다리 위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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