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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r 06. 2022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종화야,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알았지?"

 나 어릴 적, 우리 어머님께 가장 자주 듣던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입시 때, 본인도 일을 나가심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내가 맞춰놓은 알람을 들으시고는, 아침밥을 부랴부랴 해주시던 어머니, 철없던 아들은 '맛있는 반찬'이 없다며 짜증 섞인 말을 내뱉고는, 세상 무거운 짐 혼자 짊어졌다며 벼슬된 양 집을 나서곤 했다.

 이런 어머니의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선생님 말씀을 꽤나 잘 듣는 학생이었다. 비록 성적은 뒤에서 놀았지만, 반 분위기 흐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그래서일까, 선생님들은 나를 예뻐라 하시곤 하셨다.


 그 영향이었을까? 나는 호칭 뒤에 '선생님' 이 들어가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나도 모르게 친절해지고,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던 거 같다. 어려서는 학교/학원 선생님, 조금 커서는 의사 선생님, IT업계에 발을 들이고 난 뒤엔 내 고객인 공무원들에게도 심지어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나보다 사회적 권위가 높은 사람들, '인생 선배'들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던 거 같다.


 시간이 흘러, 나도 가정을 이루게 되었고, 나는 아이들에게 보통 이렇게 인사를 한다.

"아가, 학교 가서 친구들하고 잘 놀고, 공부 열심히 하구"

 내가 우리 어머니께 듣던,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는 이야기를,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지 않는다. 근래 들어서는 선생님 등, 선배들의 말을 잘 듣기보다, 그저 자기 자신이 할 일만 잘하면 큰 문제가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서는 회사에서도 나의 상사에게도 딱히 잘 보일 필요가 없으며, 자기 맡은 일 + 약간의 사회성 정도가 요구될 뿐, 예전처럼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하는 일도 잘 안 보이는 거 같다. 그럼에도 평가에 대한 불이익이 없기에 가능해지는 일이다.


 세상이 조금씩 더 개인화되고, '우리'보다는 '나'에게 초점을 맞춰 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단 나에게 좀 더 집중하여, 각자 할 일을 명확히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반면에, 일례이지만,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리던 많은 인생 선배들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어 가는 것은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최근의 우리네 문화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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