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Mar 08. 2022

알면 알수록 무서워진다

선거라는 이벤트

 나는 2004년,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이 만/한국 나이 등등 여러 개가 있어서, 너무너무 헷갈리지만, 확실히 2004년엔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었다. 하필이면, 1년 전 2003년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었다. 아주아주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어떤 선생님은 '아주 잘할 것'이라며 치켜세우며 기대를 갖는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정말 우려가 된다'며 그다지 대통령을 좋게 보지 않는 분들도 계셨던 거 같다. 나는 19살 때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누가 되든, 내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나와 상관없는 그저 '휴일' 이라고만 치부해왔었다.


 한 가지, 지금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우리 아버지의 선택이다. 우리 아버지는 항상 '야당 편'을 드신다. 진보, 보수 상관없이 그저 반대편만 찍으신다. 항상 나를 향해서는, "지금 정권 잡은 놈들, 다 못된 놈들이 야" 하시면서 욕을 하신다. 하지만, 5년 전 투표하시기 전에는 안 그러셨던 거 같은데.


 어느 책에서 본 것이지만, 세상에 쉬이 바뀌지 않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돈에 대한 철학' 둘째는 '즐겨 듣는 노래' 셋째는 바로 '정치 성향'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나 또한 돈에 가치 및 신념에 대해 어릴 적부터 배워 온 대로 현재도 굳어져 있고, 아무리 내가 듣는 노래 리스트를 바꿔보려고 해도, 귀신같이 회귀하곤 한다. 마지막, 정치 성향은 처음에는 '그놈이 그놈' 하면서 어느 편에도 속해있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정치적 사건들과 나이를 먹어가며 각각의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들이 내 삶에 체감이 되는 것들을 몸소 느끼며 나 또한 하나의 성향으로 굳어진 지 꽤 오래된 거 같다.


 이십 대 중반부터, 삼십 대 초반, 즉 무엇을 해도 잃을게 그다지 없고 뭐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에는, 나의 1 표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심지어 투표도 기권한 경우가 꽤 있는 거 같다. 선거일은 그냥 나에게 '놀러 가는 하루' 였던 셈이었다. 하지만, 삼십 대 후반이 된 지금은 조금 달라지는 거 같다. 정치에 관심도 가지고, 토론도 보면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특히, '내 삶에' 어떤 후보의 공약이 조금 더 이익을 가져다 줄지를 꼼꼼히 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요새는 조금 재밌기도 하고, 유튜브 콘텐츠도 정치분야를 꽤나 많이 챙겨보는 것 같다.


 사실 정치를 알면 알수록 무서운 것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렸을 때에도 이랬나?' 싶을 정도로, 선거 판은 정말 '너 죽고 나살자'라는 생각을 한다. 비단, 이번 대선뿐만 아니다. 언제나 입으로는 '정책토론'을하자고 하지만, 실상은 상대측을 무너뜨리기 위해 네거티브를 이용하기도 하고, 약점을 잡고 물고 늘어지며 '정당한 검증'이라고 포장하기 일쑤다. 나 어릴 적에도 그래 왔겠지? 선거판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선거판은 몰상식하다고 하지만,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로 멋진 옷을 입구 나와 토론을 하여 못 알아들을 뿐, 다른 나라 선거판이라고 다를 거라는 환상은 난 갖지 않는다. 사람의 본성이 바로 선거판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세계. 바로 야생인 것이다.


 내일이 벌써, 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양 후보 모두 그간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누가 되던, 양 진영의 반쪽자리 지지자들만 데리고 통치하는 게 아닌, 반대편 유권자들을 아울르고, 통합의 정치를 해 나갈 수 있기를, 매번 반복되는 '혹시 나가 역시나'가 되는 마법은, 이제 그만 부려주기를.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릴 땐 안 그랬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