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by 필제

레이몬드... 레이몬드!”

연기가 내뿜는 저택 안으로 사라진 삼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쓸쓸하고 고독하게 불난 저택 안으로 사라진 그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헤이시아 이모가 날 들어 올리지 않았더라면 불길과 함께 삼촌을 따라갔을 것이다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원망 어린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왜... 삼촌을 말리지 않으셨어요?”

날카롭고 또렷한 목소리가 헤이시아 이모를 질책하는 듯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를 것이 분명한데도 이모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녀는 근처 바닷가로 눈을 돌렸다

“삼촌은...!!”

이모의 단호한 대답이 내 말을 막았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나 레이몬드, 삼촌은 없어”

그 소리가 체념하라는 의미인지 체념했다는 뜻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헤이시아 이모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바닷가에만 귀 기울일 뿐이었다

문득 이모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말문이 막혔다

부드러운 손길이 천천히 등을 쓸었다

“충격이 컸구나, 그만 자렴”

이상하리만치 까무룩 잠이 몰려왔다



레이몬드 어투렛 그는 지금 아찔한 허공을 넘나드는 중이었다 눈앞에 흰꽃이 피어나는 듯한 환각이 보이더니 백설기 같은 눈이 쉴 틈 없이 내리는 곳에 도착했다

‘여긴..’

대사를 뱉으려다 무심코 말을 못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에서 대화가 울렸다 이상하리 만치 무거운 몸은 이때까지 봐 왔던 세상을 불능케 했다

‘친구, 엑스트라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하네’

검고 투박한 그 모습엔 하얗고 커다란 눈동자밖에는 남아있지 않는 마치 괴물 같은 인영이었지만 인간과 달리 눈과 귀가 없었고 팔과 다리 또한 없었다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덩어리들이 수없이 많이 길목을 채우고는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럼 들킬 수 있으니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할까’

말끝이 머릿속에 맴돌더니 어느새 필립의 서재 안이었다

“이게... 뭐”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필립은 말을 이었다

“엑스트라의 세게에 이동하는 법은 말이야 간단한 거야 엑스트라가 되면 되는 것이지. 자네가 주인공이 될 수 있던 것처럼, 그들의 세상은 한 끗 차이일 뿐이지”

“놀라지 마 그냥 고양이일 뿐이야”

“여기가 어디지?”

“소개하지 친구 내 옛 고향 엑스트라 세계에 온 걸 환영하네”

“설마.... 필립..?”

“그 검은 덩어리가 맞아, 볼 순 없지만 자네의 모습도 같을 거야. 어때, 이제야 비로소 세상에 잊힌 기분을 알겠나?”

“잘 들어 자넨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시야가 암전 되었고 눈을 떴을 땐 필립의 서재 안이었다

“전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미샤 화이트가 들어오며 말했다

“제겐 이미 약혼녀가 있거든요”

“뭐?”

“죄송합니다 원래는 위장 임무였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참고로 정부는 이미 눈치챗답니다? 당신이 그곳 테라스에서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 그리고 저의 개입으로 인해 그 증거를 확인시키려 했다는 것을 말이죠 원래는 죽은 척하는 것으로 끝날 예정이었지만”

미샤 화이트는 예의 바르게 허리를 굽혔다

“그렇군 말해도 상관없는 건가”

“네, 그들은 약속을 저버렸으니 저 또한 상관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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