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전차 위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미샤 화이트가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한번 쓸었다
“가문의 저주를 풀기 위해, 원작대로 진행하라는 소리를 들었겠지, 죽음의 불턱에서 기회를 준 것이라고 그러나 내가 그날 당신에게 쏘았던 것은 실탄이 아니라 마취탄이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겠어?”
“연기자를 시켜 주어진 대사와 행동을 하게 만들고, 실제와 유사하게 만든 정교한 시체를 놓아 속게 만들었지. 귀신분포가 유독 많은 지역에서 건물을 지어놓고는 말이야”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대대로 내려온 죽음을 저주의 소행이라고 믿게 하고픈 작자들의 짓이지”
‘공범이란 소리군’
삐뚜름하게 한쪽 눈썹만을 치켜세운 레이몬드가 말했다
“기억 안 나?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 자네가 누구인지 말이야”
*
레이몬드 백작은 트리올렛 가의 저택에 와 있었다 왜 여길 방문 했냐고 묻는다면 전부터 느꼈던 이상한 느낌이 정확할 것이다
트리올렛가의 페트리시에 공녀, 그녀는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는지 버선발로 마중 나와있었다
“백작니이임!”
한순간에 달려와 허리춤에 안긴다
제멋대로 가냘픈 여인 흉내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모습과는 반대로 담뱃재 향기가 진하게 풍겨온다
“후”
레이몬드는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쓸었다 그 뒤 담백하게 읊조렸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정체를 밝혀 이그리트”
“크큭! 드디어 눈치를 챘어? 우리 백작님께서...”
“서술은 그쯤 하지, 내가 묻는 건 이야기야 책이지, 우린 등장하지도 않는 등장인물이고”
“!”
“뭘 원하는 거야?”
“네놈이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흐음... 좋아 이거면 되겠지
그녀는 손가락을 딱 굴리자 장소가 바뀌었다
‘잊지 마’
익숙한 음성이 머릿속을 타고 흘러나왔다
분명히 방금 전 무언가를 하려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신경 슬 일 없는 기억으로 치부된 것이다
그는 또다시 잔잔한 테라스 위였다 밤하늘의 달빛이 호수에 흘러내릴 만큼 아름다운 바깥 풍경이었다
“레이몬드... 전.......”
그제야 주변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그는 황급히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익숙한 인영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화이트 샤를로트 그녀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찌르듯 울렸다
‘해, 얼른 대사를 뱉어, 읊조려, 대본을 읽으란 말이야!’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온 머릿속을 헤집었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뒤로하고 입술을 달싹였다
“울지 마”
그의 손이 샤를로트의 뺨을 쓸었다 샤를로트가 눈을 내리깔았다
‘잊지 마’
분명히 같은 장면을 어디에선가 보았다 순식간에 휙휙 지나갔지만 그 풍경들 속 감정만은 확실하게 되살아났다
‘그래 이다음은 폭발이 일어났지, 그 자리에 샤를로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자리를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폭탄은 보통 아래에서 위로 터지기 때문에 지붕과 이어지는 레이어를 달고 있었다고 하면 말이 된다 만약 첫 번째 폭발이 폭탄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빠져나갈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터지는 타이밍은....’
“레이몬드... 전!!”
결의를 다잡은 순수한 얼굴 그러나 미샤 화이트가 아닌 화이트 샤를로트는 그 암호로 레이몬드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뒤에 어떤 말을 하건 상관없었을 거야, 같은 대사가 두 번 반복될 때 폭탄이 터지는 식으로 암호를 주었겠지’
‘퍼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