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잉
바람이 세차게 귓가를 스쳤다 인생이 이보다 다 스펙터클 하다 말할 수 있을까?
레이몬드 그는 지금 달리는 열차 위였다 주위를 살필겨를도 없이 미샤 화이트가 상대를 확인하고는 재빨리 총구를 겨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 여긴 당신이 있을 곳이 아냐”
다시 한번 바람이 불어닥쳤다 존재할 리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 다신 나타나지 않던 망령이 나타나 똑바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돌아가라 레이몬드 네가 있을 곳은 그곳이 아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리고 그 말의 저의가 무엇입니까?”
“네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붕괴되고 세계는 망가져 혼란만이 남을 것이다”
어렴풋이나마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몸에서부터 강한 신뢰를 주고 있었으니까
“저 또한 그 말에 상응할 필요는 없겠지요, 더군다나 저는 레이몬드가 아닙니다 사람을 착각하신듯하군요 이남 돌아가주시겠습니까?”
“난 모든 사람을 알고 있다 돌아가는 모든 세상마저 알고 있지 구름과 비와 태양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러나 그것들은 이유 없이 존재한다 태초의 무에서 생명이 탄생한 이유와도 같지. 나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다스리지 않아 그런 것들은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모든 악의에는 이유가 없듯 모든 선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내가 누구냐? 그렇다 나는 신이다 레이몬드 어투렛, 흘러가는 대로 살거라 인생은 거창한 틀이 아니다 RO고 부수어서 나와야 할 알도 아니지, 네가 찾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기이한 현상에 진실이란 없다 단지 흘러갈 뿐이야”
“답을 좇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흘러가는 대로 행동할 분이죠 당신의 말대로라면 전 확실히 흘러가는 운명대로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또한 흘러가는 것인데요”
“틀렸다 네 말은...”
“이미 비틀어진 세상에서 뭘 기대하시는 겁니까? 생각해 보면 그때에도 그랬지요 돌이켜보면 확실히 당신은 경고를 하러 왔던 겁니다 이날에 대한, 이미 한번 어쩌면 여러 번 우리는 이곳에서 만났던 것이지요?”
“지금은 아무 기억도 못 하지만 결국 흘러가는 운명대로 살게 될 것이다! 그때가 온다면 지금의 기억도 한 없겠지 영원히 반복되어야 할 것이다! 네가 [ ]로 성장하는 그날까지!!”
“그것 못 하셔서 이 자리에 계신 것이 아닙니까 틀어진 원작이 복원되지 않는데 어떻게 등장인물 따위가 변질될 수 있겠습니까”
흉흉하던 안광은 곧 형체 없이 사라지고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앎이 탁 트이자 주변 상황이 더 잘 보였다 원작여주 화이트 샤를로트가 총구를 들이대고 대치중이었다
“이런, 이런”
그녀가 입술을 잘근 씹듯이 내뱉었다
“당신이 가진 정보는 존재하지 않거든”
미샤 화이트, 그녀는 벌써 하인의 차림을 벗고 까만 의상으로 갈아입은 채였다
리볼버가 당겨졌다 이번엔 그의 바로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간 상황이었지만 그는 침착했다 어디선가 죽음을 각오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눈을 뜨니 병동 안이었다 그것도 화이트 샤를로트가 잠들어있는 그 병실 안이었다 창백하게 잠든 그 녹색 눈동자가 빨려 들어갈 것 같이 매혹적으로 빛났다 동시에 레이몬드는 또다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털썩! 몸뚱이가 쓰러지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