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평소와는 달랐다 우선 밀회장소부터가 달랐다 레이몬드는 무언 거 벌어지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레이몬드는 그녀를 사랑한 만큼 그녀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했다
달빛이 호수에 비춰 반짝이는 밤하늘 은하수의 별들이 태초의 만남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이 만남에서 그녀가 바라던 인생의 종착지에 무사히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감성에 젓어있어선 안 됐다
샤를로트의 눈물을 닦아낸다
“울지 마”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곳이 내가 갈 수 없는 길이라 해도’
“레이몬드.. 전.....”
그녀의 감상에 젖은 눈방울이 가슴을 날리도록 짓누른다
‘당신을 알까? 내가 무엇을 각오하고 이 자리에 섰는지를’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 편이 그녀에게도 나을 것이다 간질거리는 문장을 내뱉지 못했다 ‘사랑해’ 샤를로트 그녀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었다 무엇보다 가문의 핏줄로 이어져 내려오던 죽음의 저주를 당신까지 안고 갈 필요는 없다고 그러니 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어줍잔은 동정이나 감상에 젖은 문장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당신의 인생이 태양처럼 떠오르기를’
화이트 샤를로트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입술을 달짝였다
“레이몬드, 전....”
다시 한번 못다 한 말을 꺼내려한다 끊을 맺기도 전에 거대한 굉음과 함께 둘을 덮친다 마지막 밀회장소는 붕괴되었다 레이몬드 그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기억은.... 무너진 건물 잔재와 폭팔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위대한 마법사‘는 그를 부르는 명칭이었다 실로 많은 법사들이 그의 본명대신 ’위대한 마법사‘로 알고 있었다 본명; 라이칸 오스퍼. 그의 업적 명성이 자자했다 라이칸 오스퍼는 가장 강력한 대마법사였으며 많은 이들의 영광을 받았다
그가 연설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위대한 마법사님!”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위기의 상황일 수로 점잖은 태도를 보이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력으로 어린아이들의 환심을 사 뒷거래를 하느...”
“길을 안내해라”
불법사의 본거지로 들이닥쳤다 그러나 상대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급하기도 하셔라, 걱정 마시죠. 성능은 확실하니까 말입니다”
이그리트는 능청스럽게 다음 손님을 맞았다 드물게 과격하게 들어오는 손님들은 전했다
그런 분들께서는 맞춰주면 된다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거래를 시작하시겠어요?”
“좋지”
이그리트는 마약에 취한 것처럼 때론 킬킬거렸고 눈은 번들거렸다 정확히 페트리시에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페트리시에는 도박을 즐겨했고 어느새부턴가 동공은 흐렸으며 때론 이유 없이 킬킬거렸다
잿빛연기가 훅 끼쳤다 방안이 온통 담뱃재로 가득했다 레이몬드는 인내심을 참았다 그녀는 명망 높은 트리올렛 가문의 가제였다 밉보여서 득이 될 것은 엇을 것이다 그녀가 미쳐있을대 하이음색을 냈다 앙칼진 목소리가 찢어 울리는 것 같았기에 레이몬드는 절로 눈 살을 찌푸렸다 그는 입구에 서서 낮게 말했다
“용건이 뭐지?”
불러냈다면 용건이 있을 터였다 뿌연 방안의 잿빛연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레이몬드는 인내심을 참고 기다렸다 이어 들린 말은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페티시에는 동상처럼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당황한 목소리가 더듬더듬 이어졌다 목소리는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누군가 있는 것처럼
“뭐..? 그럼 당신은..... 그... 위대한...... 라이칸 오스퍼!! 난 무엇이든 알 수 있지 어때 이 거래를.....!!!! 아악-!! 키애엑! 그르르르...!!”
‘업무 과다 증상이군’
레이몬드는 머리를 한 번 쓸고는 저택을 나와 마차로 향했다
‘그런데 이 느낌,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익숙하다 매우 낯설지가 앉다’
‘치매인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복도, 완벽한 세팅, 취향에 맞춘 플레이팅 같은 흡사 영화 예고편 내레이션 같은 대사마저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죽는다’
친절한 상황설명 무언가 놓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이라 칭하는 번들거리는 눈빛, 거래를 하는 능청스러운 손놀림, 의자에 앉아 담뱃재를 불어 제기는 공녀 페트리시에, 터지는 폭발음 죽어가는 몸뚱이 그러나 샤를로트는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마침내 정의 내린다
‘주체는 그녀야 샤를로트 그리고 수단은...’
레이몬드는 말을 돌렸다 트리올렛가에서 내린 레이몬드는 저에게서 다가오는 수많은 인파틈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위대한 마법사님!’
‘위대한 마법사님이다!’
‘위대한 마법사님!’
‘그새 차원이동을 구현한 것인가..’
까만 터번을 두른 사란들이 주위로 몰려든다 수만은 인파는 매서운 혹동풍처럼 순식간의 인파틈에 그는 정신을 다잡았다
‘여기서 놓칠 순 없다’
“거래를 시작하도록 할까”
순간 좀비 떼처럼 우글거리던 마법사들의 모습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윽고 방해물이 사라진 거리 앞에는 화려한 문양의 트리올렛가문의 문양이 큼지막하게 맞이했다 안은 먼지소리하나 들릴만큼이나 고요했다 응접실에 응대하는 하인들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아무도 없는 틈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도착한 곳에서 그는 잠시 멈칫했다 사방이 온통 연기로 매워져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뿌옇고 연기는 매서웠다
“전 여기 있답니다”
명쾌하고도 여유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등 뒤에서, 익숙한 레퍼토리는 동일인물임을 숨길생각이 없어 보였다 [연상케 했다 ]
명백한 웃음을 띠고 이번엔 좀 더 또렷한 눈동자가 쏘아보고 있었다
“조건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미샤 화이트의 앞에 내가 나타났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