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by 필제

2화

숲 한가운데에서 어투렛 백작은 눈을 떴다 아니 뜨고 있는 것이 맞는지조차 의문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몸의 감각은 살아있었다 아니 의외로 멀쩡했다 얼얼하게 주변을 둘러보던 백작의 시야에 험상궂게 얼굴을 찌무린 세 사람이 들어왔다

그들은 경계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창을 겨루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듯 아슬아슬했다

헝클어진 곱슬 붉은 머리에 주근깨를 보유한 사람이 쏘아붙였다

“이름이 뭐냐?”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건, 정말로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스 복장 차림의 여자에게 총구를 겨누어지는 장면 밖에는 말이다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수상했기에 그는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라이카 오스퍼”

“네 정체는.. 누구지?”

금발 머리의 사람이 물었다

“예?”

“왜, 귀족이라던가, 왕족이라던가 좀도둑이라던가 있을 거 아니야 뭐든”

초록머리가 짜증스럽게 설명을 붙였다

“평민”

평민은 가장 흔한 직급이었다 그러니 그의 직급도 평민일 가능성이 높았다

“호오”

붉은 머리가 흠미롭다는듯이 추임새를 던졌다

“무슨 일을 하는데?”

노랑머리가 미심쩍어하며 질문했다

“밭일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시나 봐?”

초록머리는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반갑다, 난 칼립. 노랑머리는 숄더, 초록은 케이지야”

해칠 작정은 아니었는지 통성명을 하고 난 뒤에 칼립은 창을 거두고는 악수를 건넸다

그러나 라이칸 오스퍼의 입장에서 급속도로 바뀐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라이칸 오스퍼는 침착하게 물었다

“밀림인가?”

“아니, 조금 더 가면 도시가 나와”

풀숲을 나오자 아기자기한 마을이 나왔다 그러나 귀여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어딘가 스산해 보였다

“신기하네, 이게 보여?”

칼립의 녹색 눈이 번들거렸다 그는 진심으로 이 상황르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보이는구나! 영혼이..!!! 그렇지만 너무 기까이 다가가면 안 돼, 잡아먹힐 수 있거든”

“자네가 묵을 곳은 여기야, 도시로 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테니 준비해 봤어. 고 수프 병원이 옆 2층 건물이거든? 관광명소니까 한번 들러보라고 여긴 쉽게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니까!”

라이칸 오스퍼가 배정받은 방은 꽤나 아담했다 창밖으로 잘 보이는 건물에는 고스트 병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 억 안나?............ 빵 하고 펑!’

펑!

굉음이 울려 퍼졌다 찢어질들 과거의 파편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콴과광-!

무너진 건물의 잔재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의 인생을 모조리 파괴해 버렸다 재해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백작은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모아 말했다.

‘저주...... 아웃렛 가의 저주가 시작되었어!!’

‘모조리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은 가문의 저주라 입을 모아 말했지만 어린 백작만큼은 생각이 달랐다 ‘저주’가 아니라 ‘사고’다. 그것도 다분히 의도적인 명백한 사고다.

레이몬드 백작은 생각이 끊기고 새 문장이 끊임없이 주입되어 들어왔다 라디오 방송처럼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다분히 의도적인 그러나 사랑스러운 화이트 샤를로트가 제 앞에서 웃는다’

‘이런’

레이몬드 백작은 완벽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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