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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프리너 Jun 10. 2024

자기 반성

금, 토, 일을 지멋대로 산 죄(feat. 게임)

금요일날 정부지원 사업 서류를 마무리하고 제출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를 피로감과 만족감, 안도감에 취해 갑자기 퇴근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서 금요일날 그냥 다 같이 퇴근하자고 하고 4시에 퇴근했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게임을 했다.

새벽 5시까지 게임을 했다. 너무 즐거웠다. 나는 대학시절을 이렇게 보냈다. 1, 2학년때에는 그래도 꽤 대외활동을 많이하고 인맥도 쌓고 밖에 놀러다녔었는데, 3학년 말부터는 거의 매일 12시간씩은 게임을 했다. 그냥 생각없이 사는게 너무 좋았다. 그때는 우리학과 특성상 남들보다 먼저 취업하니 나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해서 그냥 내가 하고싶은대로 살았다.


그래서 후회하는가?


후회한다. 대학생활에 남은게 별로 없다. 4년 내내 학생회를 했지만 깊은 사이가 된 인맥은 없다. 지금은 연락한통 하는 사람이 없다. 4년 내내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동아리에서 깊이 친해진 인맥 또한 없다. 남은 친구는 게임친구들 뿐이다. 그래서 난 대학생들이 노는 모습이 아직도 부럽다. 내가 저렇게 놀아보지 못해서 부러운듯 하다. 내 여자친구는 이미 그런 생활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 이미 대학 때 원없이 놀아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나도 놀았는데 왜 후회가 남지? 그 이유는 게임을 해서이다. 인생에 하등 의미도 없는 게임 한다고 4년을 썼다. 당시에는 너무 재밌었다. 대학생때만큼 시간이 많은 시기가 없으니 게임할 시간도 정말 많았다. 뭔가를 성취하는 느낌까지도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과거를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4년의 대학생활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들 중 단 하나도 게임과 관련된 사건이 없다. 심지어 내가 게임을 좋아해서 학생회를 운영할때 게임 대회를 2번이나 내가 주최해서 열어 정말 재밌게 했는데도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봤는데도 그렇다.


게임이란 행위는 인생을 삭제한다.

이번주는 금, 토, 일요일 모두 게임만 했다. 남은게 단 하나도 없다. 이 시간동안 내가 뭘 했으면 인생에 도움이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반성해봐야겠다. 그 전에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지금 나에게 닥친 일들은 너무나도 무겁다. 머리가 아프고 온 정신을 쏟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전 글들을 보면 알다시피 난 내 회사의 시스템을 구축해야하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한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당장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매우 신중해야하며 생각도 많이 해야하고 공수도 많이 든다. 그러니 피하게 된다. 도망친 곳엔 게임이라는 마약이 있었다. 게임은 당장의 도파민을 주고 생각도 없이 해도 되고 내가 잘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재밌다. 난 지금 게임 중독이다. 현재 난 게임을 같이하는 친구 2명이 있고 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즉, 게임 커뮤니티가 있는 샘이다. 또한 게임은 프로세스도 간단하다. 그냥 하면 된다.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해왔던 행위이기 때문에 이미 본능화가 되어있는 행위이다. 이 2가지가 내가 게임 중독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이유이다.


이제 이 게임 중독을 빠져나가보자.


먼저 게임 커뮤니티를 해체해야한다. 한창 태현님과 일할 땐, 이들과 연락조차 잘 하지 않았다. 게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친구들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극단적으로 연락을 잘 하지 않는게 아니라 차라리 그들에게 선언해야겠다.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선언을 하여 그들과의 게임 커뮤니티를 해체시켜야 한다.


그 후엔 이 게임이라는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만들어야한다. 한번 게임하기 어려운 환경을 구축해놓으면 된다. 즉, 그냥 게임을 삭제하면 된다. 게임을 하려면 게임을 깔아야하는 프로세스가 생겨 복잡해지는 환경이 마련되어 자연스레 게임을 안하게 될것이다.


마지막으로 위 2가지를 실천해야한다.


그렇지만 이 2가지를 실천한다고 해서 게임 중독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취미를 하나 채워야한다. 지금 내 유일한 취미가 게임이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내가 좋아야해 하고, 커뮤니티가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잘하는 무언가의 취미를 설정해야한다. 그래야 게임 중독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냥 또 시간이 생긴다면 게임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 모든 것에 부합되는 취미 한가지가 생각 났다. 바로 골프이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난 골프에 미쳐있었다. 사업하는 친구와 있을 때 잠깐 쳤었는데 그 때 한번 빠져서 올해엔 레슨까지 받았었다. 저번 달 까지 내 유튜브 알고리즘과 인스타 알고리즘은 전부 골프로 도배되어있었다. 그러나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이다. 회사 사정이 안좋아지던 딱 한달 전부터 난 골프 연습장 돈을 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보니 연습도 못하고 가끔 치면 점점 못쳐져서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 딱 그 시기부터 게임에 다시 중독되었던 것 같다. 골프라는 스포츠는 참 웃기고 재밌다. 연습 조금만 안하면 이렇게 아예 못치는 사람의 수준까지 오다니. 정말 어렵지만 재밌고 중독성이 강한 스포츠이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다. 이 골프를 치기 위해 돈을 벌어야 겠다. 그러면 게임중독도 벗어나지겠지. 게임과의 인연은 참 지독하다. 고3 때에도 게임때문에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었고 대학 때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 인생을 흔들고 있다. 게임 중독을 빠져나오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론 까지 왔다. 또 다시 인생의 방향을 바꿀 행동을 하지 말자. 


게임은 내 인생의 악이다. 


다시한번 경계하자. 내가 후회하는 모든 순간엔 게임이 있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모든 순간은 게임 때문에 흔들렸던 순간들이다. 그리고 지금, 게임이 또 내 삶을 흔들고 있다. 그만하자 이젠. 반성하자.


게임을 한 시간에 뭘 했으면 좋았겠다 라는 후회는 이제 하지 말자. 하고 말하자. 다음주 주말엔 게임과 멀어졌는지 다시한번 게임과 관련된 글을 작성하겠다. 즐거운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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