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채소 모음

Summer vegetables

by 설렘수채


시간도 참 빠르게 흘러 어느덧 녹음이 짙은 여름이다.

더위와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 한낮, 처음 만나는 새로운 물감을 눈앞에 두고 고민을 한다.

‘이 물감과 어울리는 어떠한 그림을 그릴까…….’

길상 안채 고체물감

새 물감 테스트를 위한 작은 그림으로 몸은 덥지만 마음만은 상큼해지는 즐거운 고민이다.




많은 양의 장맛비와 함께 올여름도 어김없이 덥다.

2주에 한 번쯤 내려가는 시골집의 여름 채소들도 장마의 영향을 받는다. 거친 바람과 세차게 내리는 비는 여린 채소들은 휘어지고 때론 꺾이고 주저앉게 만든다.

시들고 죽을 것 같은 모습이지만 다시 휘어진 가지는 올라서고, 꺾인 줄기는 죽지 않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어찌 보면 굵은 나무보다 더 강하고 더 질긴 생명력이다.

장마철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 모습이다. 흙탕물이 튀어도 예쁘다.

햇빛에 반짝이고 고혹적으로 보이는 가지의 색감이 멋지다. 흠~‘여름 채소 모음’으로 펜과 물감채색을 해볼까?


주제와 스타일을 정하니 작업이 빠르게 진행된다.

사이즈는 크지 않은 A4 사이즈로 정해져 있기에 많은 채소는 그릴 수 없다.

열매의 크기는 실제 사이즈와 비슷하게 잡아야 하며 공간에 어울리는 적당히 큰 열매와 작은 열매들을 선택해야 한다. 채소 열매 그림은 열매를 겹치지 않고 늘어놓는 방식으로 염두에 두었다.

먼저 그리고 싶은 두세 개를 고르고 주변에 어울리는 순으로 배열한다. 남은 공간에 딱 알맞은 열매의 모양은 없다. 단순히 여백에 마냥 열매들을 끼워 넣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곧고, 휘고, 크고, 작고…… 마치 점토로 모양을 만드는 것처럼 남은 여백에 맞추어 열매의 모양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스케치를 한다.

다행히 모양이 다양한 열매들을 그리는 것은 무척 즐거운 작업이다.


다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각 열매 색의 알맞은 균형이다.

종이/ 파브리아노 300g cotton 100% 중목.

처음은 토마토를 넣은 구성을 시도했지만 가지와 오이를 두 축으로 놓은 후 알맞은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과감히 토마토 스케치를 지우고 가지와 오이의 두 수직 구도 사이에 마름모 모양의 여주로 교체했다. 여러 다른 구성도 생각을 했지만 가지의 색감이 주는 무게가 커서 먼저 가지의 위치를 정하고 다른 열매의 위치를 정했다. 열매들마다 꽃을 함께 그려 개성을 조금 더 불어넣고, 더불어 꽃과 열매를 함께 비교해 보는 재미도 가미했다.


모든 스케치는 여러 번 들여다볼수록 좀 더 수정하고 싶어진다. 테스트야 테스트.... 마음을 비우고 고민은 여기서 끝.

나중 채색을 위해 유성잉크를 사용한다.
펜 작업은 위의 구석부터 차례로 해 나가는 것이 잉크가 마르기 전 실수로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펜과 채색을 함께 할 경우, 펜으로 긋는 선 작업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펜 선이 많은 만큼 채색 명암 지분은 적어진다.

펜 선이 적으면 그만큼 채색 명암의 지분은 많아진다.

여기서 지분은 명암의 표현 방식이다.

펜의 선이 강하고 명암의 표현이 많으면 색을 강하고 두껍게 할 필요가 적다.

채색의 지분이 많으면 먼저 표현한 펜의 선은 사라지거나 드러나지 않는다.


펜은 전체적인 라인과 약간의 명암 선 정도로 30% 정도 작업했다.

그 외의 명암과 무늬는 물감 채색으로 나머지 70%를 채우기로 한다.

스케치를 채색 종이에 직접 하는 경우는 스케치 선이 종이에 너무 깊게 페이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해야 한다.

깊게 파이거나 진한 연필 선은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스케치를 따로 하고 트레이싱으로 옮기는 작업도 좋다. 종이가 상하지 않게 지우개를 너무 세게 문지르지 않는다.

스케치 선은 지우개로 깨끗이 지운다.

<작업 정보>

잉크/ 누들러 방탄 잉크 브라운

펜촉/ 마루펜촉(둥근 펜촉)

펜대/ 타치가와 프리펜대



처음 구성 단계부터 고려한 것은 각 열매 색의 알맞은 균형이다.

먼저, 색이 진하고 큰 가지는 좌측 하단에 배치하고 색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잡았다.
우측 위에 오이의 밝은 색으로 대비를 두어 균형을 준다.
중앙에 연두색과 노란색이 섞인 여주의 색으로 대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준다.
오이 아래에 강낭콩의 무늬로 가지 색의 무게를 살짝 연장해 안정감을 주었다.

가지 위에 초록 계열로 가지의 무게를 덜어내 주었다. 붉은색 고추는 너무 강렬할 것 같아 청고추를 선택했다. 나중 붉은 고추를 안 넣은 것을 후회했다. 아무래도 그린을 더 좋아하는 취향 문제인 것 같다.




작업에 사용한 새 물감 ‘길상 안채 고체물감’은 일본의 브랜드로 동양화 물감이다. 색 배열이 특이한데... 이유가 궁금하다.

뚜껑 뒷면에 색 이름이 적혀 있다. 여백에 색 차트를 붙여 두면 편리하다

동양화 물감이지만 수채화처럼 사용이 가능해서 평소의 수채화 방식으로 붓도 수채화 붓을 사용해서 작업했다.

발색테스트/ 파브리아노 300g cotton 100% 중목

정말 짙은 발색이다. 물 조절에 따라 수채화처럼 투명한 색까지 가능하다. 다만 물을 적게 쓰면 불투명해지고 밑 작업한 펜 선이 사라지기 때문에 물 조절에 신경을 썼다.

발색은 좋고 매우 밀도 있다. 먼저 칠한 색이 완전히 마른 후 위에 색을 겹쳐 칠할 때, 밑색이 잘 번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혹시 궁금할지도 모르는 [ 가지의 색을 겹쳐 올리는 채색 ]

색을 칠하기 전 먼저 가지 색을 테스트하고 색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여기에 쓰인 색의 계열은

처음은 밝은 핑크색>> 보라색 >>짙은 자주색, 어두운 청색(인디고)이다.

물의 양은 색이 진해 질수록 적어진다.


색은 참조만 하자. 가지도 색이 여러 색이다. 같을 필요는 없다. 다음은 지루할지도 모르는 '이런 식으로 그려요~'채색 컷.

색칠 중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가지 전체에 충분히 종이에 물을 발라 적셔 준다.
색칠 후 마르기를 기다린다.

가지 색의 가장 밝고 연한 색을 만들어 번지기로 색을 칠한다. 이때 화이트 부분은 빈 여백으로 남겨 둔다.

먼저 칠한 색이 완전히 마른 후, 다시 물을 칠해 준다.

물이 마르기 전 2차 명암 색을 올려준다.

이때에도 화이트 부분은 남겨 가며 칠한다.

짙은 청색 계열의 색을 겹쳐주어 색의 깊이와 밀도를 더해준다. 그리고 마르기를 기다린다.

먼저 칠한 색이 완전히 마른 후 다시 물칠을 한다.

붉은색이 도는 색감에 짙은 청색 빛도 도는 모습이다.

짙은 청색 계열의 색을 연하게 만들어 물이 마르기 전 전체적인 도포를 해 준다.




오이도 한 컷~

새로운 물감의 발색을 테스트는 만족스럽다. 먼저 칠한 색의 번짐이 없거나 매우 적어 색을 여러 번 겹쳐 올리는 방식에 매우 적합하다.

사업을 끝내고 마지막 컷~

작업이 끝난 후 분위기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내겐 작업 국룰이다.

김은정 作

여름 채소 모음

Summer vegetables

Watercolor on paper

210 ×297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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