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과 물에 밥 말아 먹는 것, 다를까요?

숭늉 vs 밥말기

by 안유림

숭늉과 물에 밥 말아 먹는 것, 다를까요?


오늘 급식은
‘국 없는 날’이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국 대신 숭늉이 나왔다.


숭늉은
밥을 짓고 난 솥 바닥에 남은
노릇하게 눌은 밥에 물을 부어 만든
우리나라 전통 음식이다.


고소하고, 따뜻하고,
속이 편안해지는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의외로 좋아한다.


이날도
숭늉을 잘 먹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급식실을 돌다 보니
익숙한 장면 하나가 보였다.


아이들이
밥을 숭늉에 말아서 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이거 밥 말아먹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에요?”


이어진 질문.

“숭늉은 주면서
왜 집에서는 물에 밥 말아먹는 건
별로라고 해요?”


이 질문을 듣고
생각이 잠깐 멈췄다.


정말 같은 걸까?


겉으로 보면 비슷하다.

물 + 밥

하지만 조금 다르다.


숭늉은
밥이 한 번 더 열을 만나면서

고소한 맛과 향이 더해진 상태다.


그래서

따뜻하고
부드럽고
편하게 먹기 좋다.


반대로
물에 밥을 말아먹는 건

그냥 밥 + 물이다.


그런데 진짜 차이는 여기 있다.


숭늉과 밥 말기의 차이는
음식 자체보다

먹는 방식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아이들이 밥을 말아먹을 때를 보면

거의 씹지 않고
빨리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고
배부른 느낌도 덜 느끼게 된다.

그래서
“밥 말아먹지 마라”라는 말은

음식이 나빠서가 아니라

씹는 과정을 놓치기 쉬워서 하는 말이다.


숭늉은 영양이 많아서 좋을까?


숭늉은
특별한 영양이 많은 음식은 아니다.


대신

따뜻하고
속이 편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급식에서 숭늉을 주는 이유도

국으로 먹게되는 나트륨 섭취를 주기 위함도 있지만
더 편하게 먹게 하기 위해서다.


내가 식생활 교육관(급식실)에서 느낀 것


아이들은
이유 없이 안 먹거나
이유 없이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먹기 편하면 먹고
맛이 괜찮으면 먹고
익숙하면 먹는다.


숭늉도 마찬가지다.

부드럽고 고소해서
“먹기 편한 음식”이라 먹는다.


그리고 그걸
자기 방식대로 바꿔 먹는다.



그래서 결론은 이거다.


숭늉은 되고
밥 말아먹는 건 안 되는 게 아니라

씹는 과정이 사라지는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어떻게 먹느냐다.


혹시 집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밥 말아먹어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지금 이 아이는
씹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넘기고 있는지


아이의 식습관은
작은 습관에서 만들어진다.


먹는 건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혹시 집에서는
아이들이 밥을 어떻게 먹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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