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Forsythia koreana]; 맞이
아침 산책길, 유치원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걷는다. 제각기 리듬으로 줄지어 있는 그 모습은 흐트러짐 없이 다정했다. 그 아이들의 뒤편으로 보이는 개나리의 노란 빛 덕분에 따뜻하고 아이들의 가벼워진 옷차림에 더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봄을 맞이하며 벌써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목련이나 벚꽃을 기다리느라 정작 개나리의 시작은 눈치채지 못한 적이 많다. 남의 아이는 쑥쑥 자란다는 말처럼, 어느새 자라나 있는 봄의 풍경 속에서 개나리는 그렇게 갑자기 피어 있다. 크게 휘어진 곡선의 가지마다 피어난 노란 꽃송이는 제 몸보다 더 큰 감정을 담은 것처럼 투명하고 가볍다. 피어난다는 말보다, 튀어나온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가지마다 꽃들이 톡톡 줄을 잇는다.
우리는 개나리를 꽃으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개나리의 또 다른 중요한 쓰임이 있는데, 바로 열매다. 개나리의 열매는 ‘연교’라고 불리고, 천연항생제라고 불릴만큼 항산화, 항균, 항바이러스, 항암의 효과를 이미 입증받은 한약제이다. 하지만 모든 개나리가 이 열매를 맺지는 않고, 개나리 속의 6~8개정도의 종에서 의성개나리, 당개나리의 열매만 건조해서 이 한약제로 사용을 하며, 우리가 길거리에서 보는 관상용 개나리는 열매를 잘 맺지 못하고 그래서 무성생식인 꺽꽂이로 주로 번식을 한다.
개나리는 우리 땅에서 자라난 식물이다. 흔하지만 그래서 더 가까운, 자생의 꽃. 화려하지 않고, 단정한 곡선으로 피어난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봄꽃 중에서 개나리는 유독 '유년'의 이미지와 강하게 연결된다. 크지 않지만 밝고, 연약하지만 모여서 큰 무리를 형성하는 노란 빛으로, 담장 아래, 골목길 모퉁이, 버스 정류장 옆. 개나리는 어디에나 있고, 키가 크지도 않고 특별한 향기가 나는 것도 아니지만, 일상에 깊이 들어와있는, 또 자각하지 못하면 잘 안보이는 꽃으로서 언제나 존재한다.
담벼락을 따라 피어있는 풍경 속, 담 아래로 쭉 내려오는 개나리가 이 길을 따라 걷는 나를 맞이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현관문을 딱 열면 손을 뻗으며 달려오는 비슷한 인상이랄까. 이런 유년의 기억이 지금의 나에게는 많이 휘발되었지만, 나도 어렸을 때는 그렇게 부모님을 맞이했을 것이고. 또 언젠가 내 자녀의 잃어버릴 유년의 기억을 평생의 값진 보물로 살게될 내가 그 4개의 작고 귀여운 손바닥으로 개나리를 기억하고 싶어서. 그래서 개나리를 ‘맞이’라는 단어로 지어보았다.
순식간에 피고 금방 지는 봄꽃들 사이에서 여전히 날씨는 오락가락 하지만, 그래도 무료한 휴일, 그냥 누워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 준비는 조금 귀찮아도 나를 가장 기쁘게 맞이할 사람을 만나보는건 어떨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피어있는 개나리가 새로운 의미로 새겨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부모님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가는 그 담벼락에 개나리들이 줄지어 있었다는 걸 이 글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기억이 났다.
식물계(Plantae)ㆍ피자식물문(Angiospermae)ㆍ쌍떡잎식물강(Magnoliopsida)
꽈리목(Lamiales)ㆍ물푸레나무과(Oleaceae)ㆍ개나리속(Forsythia)
개나리속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7~11종이 있으며, 그중 관상용으로 널리 알려진 품종은 삼배체 교잡종인 Forsythia × intermedia를 비롯해 의성개나리(F. viridissima), 당개나리(F. suspensa) 등이 있다.
꽃은 대부분 선명한 황색을 띠며, 한국에서는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개화하여 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관상수로 여겨진다.
높이는 최대 3m까지 자라는 낙엽관목이며, 개화 시 가지를 따라 꽃이 일렬로 피어나는 특징이 있다.
꽃이 진 후에는 일부 종에서만 열매를 맺으며, 대개 삽목 등의 무성 번식을 통해 번식된다.
토양 적응력과 내한성이 높아 국내 전역에서 재배 가능하며, 관리가 쉬워 정원, 공원, 학교, 도로변 등지에 광범위하게 식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