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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Jun 28. 2023

불규칙적인 삶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규칙적인 삶과의 조화

불규칙적이다는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무규칙 또는 변칙이라는 한 단어로는 설명이 어려워서

규칙적인 삶과 그렇지 않은 삶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규칙적인 삶을 옹호하고 주창하는 것을 들어왔다.

물론 규칙적인 삶은 생물학적, 관계적,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나아가서 규칙적이고 노멀한 삶이 모든 퍼포먼스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게만 살다 가신(?)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역시 많다.

규칙 불규칙이 성과와 큰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에디슨이 하루에 4시간 자며, 매우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규칙적인 삶이 영감과 그 수많은 발명품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아니다. 그저 에디슨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99%의 노력과 1%의 재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퍼포먼스와 규칙적인 삶을 연관 짓기에는 일탈을 통한 발견과 발명 등 

반대의 예시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전까지는 스스로 규칙적이거나 불규칙적으로 삶을 조절하고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소 절제되고 통제된 삶을 사회에서 제공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면에서 모든 인생동안 규칙적이고 통제된 삶을 강요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불규칙적인 사고방식은 주로 창의성과 연관 지어 이야기한다.

논리적이고 순차적인 나름의 규칙을 가진 사고방식에서

어이없고 다발적이고 도무지 규칙이나 패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고방식으로 

바뀌었을 때 창의성과 연관이 많이 생긴다고 많은 책과 연구결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의 결론이 그저 창의성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규칙적인 삶의 장점은 무수히 들었겠지만

규칙적인 삶의 단점을 하나 생각해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다. 

아니, 빨라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가속도가 붙는 것 같은 인생의 적이자 빌런은 

바로 규칙적인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무던해지고 멍해지고

어제와 오늘의 시간이 이어져 시간 개념이 사라지는 것이다.

컨테이너 벨트에서 매일 같은 방식으로 조립하거나 처리하는 작업자 분들은

예상컨대 정말 인생이 빠르게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찰리 채플린의 Modern Times!)

필자의 경험으로는 매일 같은 시간에 아이를 같은 방식으로 목욕을 시켜보면서 

시간 개념이 사라지고 하루 중에 목욕하는 10~20분은 통째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축지법의 개념과 같다. 

내가 이해하기로 축지법은 내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땅을 접어서(?) 훨씬 빠르게 이동하게 해주는 것이다.

시간 개념에 적용해 보면 규칙적인 삶은 시간축을 접는 행동이다. 

뇌가 매일의 같은 경험을 하면 그것을 하나의 경험으로 접어둔다.


얼핏 기억나는 말 중 하나가 '당신이 매일 똑같은 길을 걷는다면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라, 오늘은 걷지 말고 뛰어보라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고, 길이 즐거워질 것이다'라는 것이었는데,

정말 그렇다. 불규칙적인 삶에 방점을 찍는 셈이다. 


루틴과 습관의 힘을 믿는 신봉자로서 규칙적인 삶이란

시간축을 떼어다가 접는 대신 경험을 축적하여 쌓는 것이고

창의성과 임기응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불규칙적인 삶이란

자칫 차갑게 식을 수 있는 시간축을 달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것과 비 규칙적인 것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지 이다.

한쪽 방향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의 장점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규칙적인 큰 사이클 내에서 불규칙적인 작은 사이클을 넣는다던지

이번주는 규칙적으로 다음 주는 불규칙적이라던지

구조적으로 의도적으로 변화를 주며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쉬운 예로 오늘은 큰일부터 처리하고 내일은 작은 일부터 처리해 보자.

To Do List를 작성하고 상세한 처리방법은 임기응변에 맡겨본다.

매일 영어를 말하는 루틴이 있다면, 

오늘은 벽 보고 해 보고 내일은 사람 보고 시도해 보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보자.

매일 하는 아이 목욕시간이 내 인생을 빨리 가게 하는 주범이라면, 

효율성과 쾌적함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다양성과 색다름을 고민해 보자.


비록 몸은 더 피곤해질지언정

이런 의도적인 조화는 사람을 깨어있게 만든다. 영혼을 일으켜 세우게 만든다.

권태로움 따위는 느낄 새가 없다.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긍정과 부정, 좌와 우, 규칙과 불규칙 모두를 양손에 두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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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Laura Ock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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