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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Dec 18. 2021

공주님에 대한 선입견

하마 나라 하마 공주

나른한 주말 아침이었다.

 

제발 일찍 일어나지 말라는 아빠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8시부터 부스스 일어나 잠이 덜 깬 눈으로 아빠, 놀자아~

하는 것을 보니 주말이 길어질 것 같다.


딸아이가 노는 것이 으레 그렇듯

집안의 온갖 공주들을 다 모아 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공주 놀이를 하려나 보다 하고 느긋하게 누워서 바라보는데

어디서 찾아왔는지

플라스틱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형형 색깔에 네발 달린 동물 형태이고

얼굴은 약간 하마 같이 생긴 장난감을 가져왔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엘사 공주, 인어공주, 재스민 공주들이 나오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하마가 나타나니

나도 모르게

그게 무슨 공주야?

하며 실소를 내뱉었다.


그랬더니 딸아이는 놀라지도 않고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이

이건 하마 나라의 하마 공주야

아빠의 말에 반박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이미 가져올 때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아차 싶었다. 자세를 바로잡고 생각해보니

그건 나의 공주에 대한 선입견이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선글라스를 쓴 나보다

더 단순하고 본질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공주가 예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은

그것을 바라고 원하는 사람들의 이상향이 투영된 모습이지

공주 자체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 않은가.

하물며 실제 동물인 하마 세계에도 왕국이 있고, 왕이 있다면, 공주도 있을 수 있다.


우리도 당연히 공주 신분이 아닌데도 입버릇처럼 우리 공주님 우리 공주님 하는데

하마터면 하마 공주 때문에 5살 딸아이에게 혼쭐 날뻔했다.


예전에 월드 토픽 뉴스에서 들은 것이 떠올랐다.

진짜 공주가 되고 싶다는 딸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막 어딘가의 작은 땅을 사서, 왕국으로 선포하여 실제로 자신이 왕이 되고,

딸이 공주가 되도록 했다는 어느 아빠의 이야기 말이다.

비록 해프닝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아빠의 넓은 시야와 유니크한 어프로치는 높이 살 만했다.


그렇게 보는 눈을 더 넓혀주지는 못할 망정

그게 무슨 공주냐며 핀잔을 준 내가 부끄러웠다.



Photo by Haley Phelp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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