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TheBall Jan 15. 2022

한쪽 귀로 흘려듣는 아이

모든 부모는 심리상담사가 되어야 한다

육아가 취미인 필자는

역시 취미로 아동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공부해본 적이 있다.


상담 모델이나 주요 상담 방법은 차치하더라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부모란 좋은 선생님일까, 좋은 상담사일까?


부모의 말이 곧 법이요 진리인 세계 속에서 머무는 어린 나이의 자녀는

모르는 것을 쉽게 알게 해주는 방향으로 선생님 역할이 맞는 듯했다.


예를 들어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면서 'What'에 대해 물어보는 4~5세 나이 때는

아이는 눈높이에 맞게 풀어서, 비유를 들어서 설명해주는 게 좋고,

그렇게 설명해준 내용을 아이가 기억하고 있다가

아빠가 이건 이거라고 했어라고 말해주면

정말 좋은 선생님 역할이 된다.


하지만 더욱더 자라면서

아빠의 정보 전달이 더 이상 단순하지 않을 때,

교훈을 늘어놓는 서사가 잔소리로 변화될 때,

그리고 아이가 더 이상 아빠의 말이 다 옳지는 않는구나라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할 때

우리 부모도 그 나이에 맞게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


7세 딸아이에게 매일 하는 말 중에

'밥 먹자 어서 와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한 귀로 흘려듣는 아이에게

밥 준비가 되었다는 What에 대한 정보전달과 함께

준비가 되었으니 가족이 함께 먹으면 좋겠다 라는 Why를 전달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처음엔 다양한 설득과 회유(aka. 잔소리)를 해보았더랬다.

부스러기 떨어진다. 집중을 해야지. 아빠 엄마는 안 움직이면서 먹잖니. 30분까지 먹어라 안 그러면 치운다.

하물며 밥 먹는 시간에 함께하는 것은 우리 집 원칙이고, 아무도 식탁을 떠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앵무새처럼 말을 반복하는 부모도 힘들겠지만

아동심리상담사 교육 내용을 보면서

아이에게 What을 전달하는 것도 Why로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심리를 먼저 파악해보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들은 빨리 저녁을 해치우고, 목욕도 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고 마음이 급한데

이 아이는 왜 저러고 싸돌아다니지 빨리 좀 먹지 하기도 하고

나는 오늘 하루 내 회사에서 바쁘게 지내다 이제 집에 와서

온기를 느끼며 가족끼리 정답게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이런 마음도 있을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1시간 전에 어린이집에서 간식을 많이 먹어서 배가 안 고프거나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어린이집에서 뛰놀다가 오랜만에 집에 와서 반가운(?) 장난감들을 보니

이것도 만지고 저것도 만지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마음속 1순위가 다른 것이다.

밥을 다 차려놓고서야 밥 먹어라 한다고

가뜩이나 부산스러운 아이들의 마음속 1순위가 휙휙 바뀌지 않는다.


심리상담사들이 그러한 것처럼

분위기 전환도 하고, 현재 뱃고래 상태나 반찬에 대한 의견도 경청하며,

반찬 그릇이나 수저의 이동을 돕게끔 하는 보조 역할도 시켜보고,

요리의 일부분을 담당하게 하는 꼬마 요리사 역할도 하게 하며,

차츰 마음속 1순위가 바뀌게 한다.

식사 후 어떤 놀이를 함께 하게 될 것이다라는 계획과 기대도 제공하는 게 좋다.


심리상담사는 면대면으로 문제 해결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봐주며 함께 걸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거나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시간이 더 흘러서 아이가 사춘기를 겪으며 많은 고민과 좌절을 겪을 수 있는데

이때에도 필요한 것은 선생으로서의 부모가 아니라 상담가 역할의 부모이다.

부모인 우리는 모두 상담가의 스킬과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Photo by Robo Wunderkind on Unsplash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ikeit과 구독! 해주시면 창작활동에 힘이 많이 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공주님에 대한 선입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