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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Jan 12. 2023

아빠, 안 하던 인사를 하다

아이의 성격 형성

아이의 성격은 4~5세 이전에 모두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아이는 누구를 닮았길래 이럴까..라는 말은 수동적이고
이 아이의 성격 형성을 도와야겠다는 말은 능동적이다.

하지만 능동적이라고 뭐든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격은

1) 타고난 특성 Personality에

2) 자라면서 보고 느끼는 주변 환경 Environment을 더하여 형성된다고 한다.
우리 아빠들이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2) 환경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지

타고난 특성까지 조작하거나 주입하지는 못한다.


첫 째 딸아이가 3~5세 동안 사람들을 보면 낯을 심하게 가리는 것을 보고 당연하겠거니 생각했다.
문화센터 놀이 클래스나 새로운 어린이집에서도 1달 이상 적응이 어려운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부끄러움이 많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유튜브의 언니들은 신나게 보면서

뽀로로나 한글이 야호, 겨울왕국을 보면서 무섭다고 우는 것을 보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뭔가 잘 못된 게 아닐까?


도대체 내가 어떤 환경을 제공했길래

저렇게 낯을 많이 가리거나 부끄러워할까?

아빠는 고민에 빠졌다.

다만 너무 급격하게 환경을 바꾸거나 강요하면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말이 통한다고 해서 이게 맞다, 그것이 틀리다고 차분히 말해주는 것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정답이 없는 것들이라 아빠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 되는 걸

100번 말해도 아이에 눈높이에서는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은

3~5세 아이에게는 아빠 엄마 그 자체가 환경이고 세계이기 때문에
20대 방황하던 시절 이후 거의 처음으로 나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성격은 어떻지?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지?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뭐고, 내가 무서운 것이라고 아이에게 알려준 것들은 뭐가 있지?
내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른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더라?


단편적으로 보면 나 자신부터가 외향적이라고 말해왔지만

마음속에는 소심함과 겁이 많았고,
인싸인 척 사람을 좋아하는 척 하지만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고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말은 많이 하지만

스스로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 한번 줍지 않았다.


결론은 아이에게 내가 원하는 성격으로 만들기 위해 가르치려 드는 방법보다

작은 것부터 내가 먼저 보여주고 아이가 느끼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먼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사부터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갸웃거리고 반응하지 않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를 건넸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녀나 호랑이가 나올 때 조금이라도 아이가 무서워하면

그림일 뿐이라고, 책 밖으로는 못 나온다고, 아빠가 지켜준다고 얘기해 줬다.

책을 읽을 때 그저 빠르게 내용을 전달하고 오늘은 몇 권이나 읽어줬다에 만족하지 않고,

그 책의 내용에 따라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평소 무서워하던 책을 다 읽어줄 때까지 옆에 앉아 있으면,

4살 때는 울고불고했는데 5살 되더니 마음에 작은 용기가 생겼구나 하고 칭찬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에 아이가 아빠에게 얘기하더라.

"책 내용이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는데 그림은 그림일 뿐이구나라고 생각했어"

책 읽어주는 환경을 다르게 했더니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홈플러스 카트를 누군가가 끌고 와 아파트 내부까지 가져온 것을 보고

아이와 함께 밀고 밀어 홈플러스까지 가져다주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이는 그날의 기억을 아주 오랫동안 착한 일에 대한 뿌듯함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에 스스로를 이길 수 있는 힘을 심어주는 것.

그 작은 용기를 발견하고 큰 용기가 되도록 잘 격려해 주는 것.

아빠가 우선 모범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만들어주어야 하는 환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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