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아빠가 되셨습니다.
그 해 겨울 아이가 태어나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축하한다. 이제 아빠가 되었구나”
실감이 나지 않던 나는 “네 감사해요” 그렇게 실없이 대답하고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아빠가 되는구나. 내가 아빠가 되었구나.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아빠가 된 나는 조금도 더 나아짐이 없이 어제의 나와 같은 나였고
출산 그 짧은 순간 이후에 아빠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은 것뿐이었다.
나는 서투르고, 여전히 나밖에 모르고, 심지어 자식이 있다는 현실도
생경하게 느껴지는 어리숙한 아빠였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귀를 막고,
잠 못 드는 밤에는 어서 시간이 지나 자라나기만 기도하던 못난 아빠였다.
아이가 태어난 지 만 3년 정도가 되어서야
내가 아빠구나
'네 살배기 딸을 가진 아빠입니다. 여러분'
‘아빠가 된다는 건 과정이야’
‘아빠는 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만들어 주는 것이야’
하며 충고도 건넬 줄 아는 진짜 아빠가 되었다.
그제야 아빠의 삶이 적응이 되었고, 그렇게 사고하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빠가 되었다는 건
등본상 내 가족이 추가되었다는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책임감이 아주 조그맣게 생긴다는 것,
남편이라는 지위에 아빠라는 감투가 하나 더 얹어진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순간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를 바 없는 멍하고 어찌할 바 모르는 나였다.
하지만 3년간의 아빠 되기 과정 속에서 나는
깊은 좌절과 자책, 걱정과 안도, 우울과 환희, 기쁨과 착각, 질투와 자유
의지와 구속, 회유와 겁박, 애착과 증오, 소유욕과 방생, 내 삶과 아이의 삶
을 오가며 큰 파장의 늪에서 살았다.
내 삶의 파동이 격해지고 다차원이 되었다.
누가 결혼생활과 육아는 어떤 느낌이야라고 물어오면
더 파동의 높낮이 격차가 커지는 것 같아,
결혼이 행복과 슬픔을 오갔다면 육아는 천당과 지옥이랄까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정작 그 아이는 정신을 못 차리는 아빠 곁에서
고요하고 밝고 무탈하게 자라주었는데 말이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아이가 세포분열을 일으켜 쑥쑥 자라는 것만큼
나도 아빠로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룰을 적용한다면 아마도 아이가 성년이 되는 때까지
나도 계속해서 아빠가 되어가는 중이 아닐까
Photo by Derek Thom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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