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태명은 깜찍이
태명은 첫째 아이의 의견을 100% 반영하여 지었다.
아이 이름을 스스로 짓게 하여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애착을 가지도록
깜찍이가 엄마의 배에 있을때 초반에는 너무 힘들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임산 초기의 호르몬 작용에 의한 입덧이 깜찍이 엄마를 힘들게 한 것이다.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아빠는 퇴근 후 저녁을 차려 먹고는 첫째를 데리고
그야말로 매일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더랬다.
다양한 루트로 다양한 재밋거리를 찾아서 추워도 더워도 나가 걸었더랬다.
어느 날은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도 하고,
손 잡고 동네 작게 한 바퀴, 크게 한 바퀴 돌면서 걷기도 했다.
한 번은 아파트 입구에 누군가 개념 없이 끌고 온 대형마트 카트도 밀어 밀어 대형마트에 가져다 주기도 하고,
아파트 단지 밑둥에 사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도 주고 했다.
대형마트에는 얼마나 자주 갔는지 마트 가자고 하면 치를 떨며 안 가겠다 하는 첫째 아이 :)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잔소리 아닌 잔소리도 하게 되고,
아빠가 잘하는 세뇌교육? 도 하게 되고,
어린이집에 있었던 듣지 못했던 상콤한 에피소드도 몰래 듣는 맛이
그 산책길을 더욱 감칠맛 나게 했더랬다.
그 기억들이 너무 즐거웠고 소중했다.
매일 가는 산책길에 매일 똑같지 않은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것이
아이에게도 선하고 즐거운 기억이었나 보다.
카트만 보면 아빠랑 함께 밀어서 되돌려 줬잖아 하고
길고양이만 보인다 치면 예전처럼 빨리 가서 먹이를 가져다주자고 한다.
아빠도 그 작고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손을 잡고 걸어 다니는 기억이 좋아서
나중에 아빠랑 이렇게 산책하고 다닌 거 기억할 거니? 하고 물어보니
잘 모르겠어하고 시큰둥한 아이
아빠는 네가 계속 기억했으면 좋겠어. 어떻게 하면 나중에 커서도 이런 게 기억이 날까? 하고 물어보니
클 때까지 계속 걸으면 돼지!
와 현명한 우리 첫째 딸 :) 뭉클하고도 행복감이 차올랐다.
그 이후에도 산책하는 좋은 기억을 계속해서 남기고 싶어서
우리는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으러 매일 밤 산책을 나선다.
Photo by Carly Rae Hobbin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