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놓고 보면 ‘열심히 물어보라’ 같으나 사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묻지 말라에 더 가깝다.
의견을 물어야지 결정을 물으면 안 된다는 말과도 비슷한 것 같다.
결정을 물어보는 한 가지 예를 들면 어느 순간 8살이 된 딸아이에게
저녁에 반찬 뭐 먹을래? 고기 구워 줄까? 야채도 줄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아이의 선택은 언제나 고기 좋아, 야채 싫어였다.
즉, 반찬에 대한 결정권을 아이에게 주고 다른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분명 채소를 안 먹겠다고 의향을 밝혔는데 부모가 다시 밥상에서 채소를 준다?
그러면 아이는 분명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결정이 아닌 의견을 묻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불친절한 방법은 식단표를 짜서 미리 제공하는 것이다.
부모가 이렇게 영양을 생각해서 식단표를 제공했으니 그것에 대한 네 의견은 어떻니?
이 정도가 해볼 만한 의견 취합법이다.
좀 더 친절한 방법으로는
야채를 왜 먹어야 할까?
야채의 식감은 왜 다를까?
야채를 먹으면 우리에게 느껴지는 혜택은 어떤 게 있을까?
야채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구울까?
네가 좋아하는 파인애플과 같이 줄까?
이렇게 야채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말하게 하고 스스로 도전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정은 부모가 할 것인데 그에 대한 생각을 서로 꺼내놓고,
충분히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넌 매 끼니때마다 야채를 한 줌씩 꼭 먹어야 한다.
그냥 널 위해서이니 눈 감고라도 먹어라'
이렇게 얘기할 것이라면 그런 말은 차라리 안 꺼내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구속하고 강제하면 어디 다른 곳이 아파진다.
왜 이렇게 되었나 되짚어보니
대화나 인터랙션, 사랑을 핑계로 질문을 너무 부모에게 쉬운 쪽으로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안 먹는다 하여 안 주면 부모도 편하고 아이도 당장은 좋으니까.
아이에게 너무 몸이 굽어 아이의 정수리만 바라보며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만 할 것이 아니라
똑바로 서서 아이의 몸 전체에 대해, 아이의 의견에 대해,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묻고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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