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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Feb 25. 2023

아빠의 육아 휴직 D-3

15년 차 직장인의 반환점

초등학교 입학하는 첫째, 어린이집 등원하는 둘째,

와이프의 복직, 나의 육아 휴직이 결정되었다.


가족의 동의와 격려를 얻고, 1년이 아닌 7개월 정도의

애매한 휴직기간을 결정하여 시스템에 등록한 이후

결재가 날 때까지 참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기계처럼 부속품처럼 회사를 위해 돌아가던 생활에서

새로운 도전, 아무도 연락 오지 않을 생활로 바뀌기

단 3일이 남았다.


얼굴 볼 때마다 지나쳐가며 부럽다는 동료들과

일 많으니 빨리 돌아오라는 조직장,

무엇보다 내가 리더를 맡고 있던 프로젝트의 선후배들

에게 짐을 나눠 건네는 것 같아 참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특히 남에게 불편함을 주기를

거짓 보태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이라

쓴웃음을 탑재한 채 요 며칠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미움받을 용기’를 외치면서.


근속 14년이 지나고 15년 차에 휴직기간을

가지는 것은 육아 이상으로 개인에게 의미가 있었다.

휴직 이후의 15년 직장생활을 한다고 하면 그때는

퇴직을 준비하는 시점이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이 30년의 마라톤에서 지금은

반대로 돌아오는 반환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마라톤의 전환점을 돌던 경험을 돌이 켜면

잠깐의 순간에 숨을 좀 쉬고 다리를 풀어보며

많이 왔다 싶으면서도

온만큼 또 가야겠구나 싶기도 하는 때다.

뛰는 것을 멈추고 몇 걸음 걸어보며 목을 축이기도 한다.


이번의 육아휴직은 내 인생의 처음은 확실하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터라

더더욱 시간이 빨리 갈까 봐 긴장되고

반대로 아이와 같이 할 시간들이 기대되는 시기이다.


앞으로 7개월 후에 복직 D-3에 이 글을 다시 한번

보면 기분이 어떨까?

고속 기어에서 저속 기어로 변속하는 만큼

더 단단하게 주변을 돌아보며 걸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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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aria Ten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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