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TheBall Feb 07. 2023

구독 경제와 인간관계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가벼운 관점

우리는 어느덧 자연스러운 구독 서비스 하나쯤은 사용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야흐로 구독 경제이다.


우리가 어릴 적 소프트웨어를 패키지(CD)로 비싸게 사서 Install 하여 사용하던 시대에서

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저렴하게 Web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정수기, 안마의자, 자동차, 커피, 술, 책, 심지어는 게임 속 아이템까지도

한 번에 큰 지출을 통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월 별로 정해진 적은 금액으로 빌려 쓰고, 언제든 해지할 수 있게 바뀌고 있다.


비록 3년, 5년 약정의 렌털이라던지 종이 신문 구독과 같은 오래된 개념들이 있지만

구독 경제라고 널리 회자되는 것의 핵심은 

저렴하고 쉬운 접근/사용신청/해지에 있다.


적어도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는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의 옵션이 된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근 2~3년간의 팬데믹 상황에서 

내가 만나고 싶어도 전염병의 문제로 못 만나는,

인간관계를 위한 자유도가 억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곰곰이 인간관계를 구독 경제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그 안에도 '전체 구매'와 '구독 관계'의 구분이 있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사람을 내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도 역시 내가 네 것이라 생각한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란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양방향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기적으로 내 관점으로만 보도록 하자.


나는 나의 몇 친구들을 '통째로 구매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하고는 연락이 없어도 상관이 없고,

뜸해졌다가 오랜만에 다시 만나도 서먹함이 없으며,

철 지나고 해가 넘어갈 때면, 

아, 내 사람들 한번 만나야지 생각이 드는 그런 친구들이다. 

(그들의 생각은 다를지 몰라도)

그래서 그렇게 구매한? 친구들은 내가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해도

끝내는 한 번씩 잘 사냐 톡을 보내 생사를 확인하는 정도는 한다.


그런데 오늘 말하고 싶은 관계는

그렇지 않은 관계, 즉 구독한 서비스 같은 인물들이다.

한 때는 친했는데 이제는 아닌,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모르는 얘기를 툭툭 던지며 대화가 단절되는 어려운 관계,

최소한의 비용으로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마음의 만족을 얻는

그런 관계도 있다.


한때는 내 곁의 사람들 전체를 챙기지 못해 안달이 난 적도 있었다.

컴퓨터 한편에 사람 이름 목록을 죽 적어두고 

매일 한 명씩 순서대로 연락하리라 마음먹은 적도 있었더랬다.

하지만 너무 자주 연락하는 것은 내 성격에 안 맞을뿐더러,

막상 연락해 봐야 서로 업데이트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속으로 1/2/3등급을 나누어 연락 빈도를 계층화해보기도 했지만

인간관계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랴. 금방 그만두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구독의 방법과 전체 구매의 방법에서

현재 상황에 따라 선택의 묘가 있듯이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관계도 있고 저런 관계도 있으니

그것을 인지하고 구독 경제처럼 원할 때 적은 돈(관계에서는 시간)을 주고 쓰고,

원하지 않을 때 해지할 수도 있다는 좀 더 가벼운 관점을 가져보자.


인간관계를 일시불 구매와 구독으로 연결하다니 쓰레기-

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주목적은 내가 생각하는 방법의 차별화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이기적인 내 관점이자 떠올리기 쉬운 형상화라고 해두자.


그 차별화에서 나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

좀 더 인생 전체에서 함께할만한 전체 구매 사람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요’와 ‘구독’은 글쓴이의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ver Photo by chris robert on Unsplash

이전 17화 몰입 상태로 진입하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