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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Sep 06. 2023

즐겁게 맛있게 사는 법

나 혼자 산다

MBC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오래되다 보니 나는 

이상하게도 많은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몇 사람을 골라서 보게 된다.

오늘 기안 84나 최근 핫한 김대호 아나운서가 나온다 하면 

그때만 생방이든 영상이든 챙겨 보게 된다.


처음엔 그저 재미를 위해서였다.

그들이 나오면 왠지 재미있으니까.

하필이면 그들이 왜 나에게 재미있는지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기안 84, 그의 캐릭터는 표면적으로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이다.

굉장히 와일드하고 거침없고 투박한 모습을 보면

남자로서는 왠지 모르게 동질감, 나도 그렇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이상하게 후련한 느낌이 든다.

반면에 가끔 운동도 열심히, 그림도 열심히, 정도 많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모습은

남자로서 느끼기엔 동경과 멋진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것에 더해서 어딘가 우울하고, 어둡고, 쓸쓸한 느낌도 있는데

혼자 여행하고 술을 마시며 나는 왜 이러고 있냐는 식의 씁쓸함이 기저에 있기 때문이다. 

기안 84를 내 맘대로 한 마디로 정의하면 제 멋대로 사는 약간 어두운 남자이다. 


반면에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 김대호 아나운서는

기안 84와 블루투스 통신으로 같은 듯하면서 다른 느낌이 드는데

어둡고 씁쓸한 느낌이 없다. 나이에 맞지 않게 쾌활하고 좀 더 동심의 세계에 빠져 있다.

늘 웃고 있고 혼자 술을 마셔도 여행을 가도 끝 맛이 텁텁하지가 않다.

한 마디로 제 멋대로 사는 밝디 밝은 남자이다.


제 멋대로 산다는 측면에서 예전엔 기안 84처럼 살고 싶었으나 

이제는 김대호 아나운서처럼 살고 싶다. 새로운 이상형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직업이나 학력, 이력 다 떠나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먹방이 아주 자주 나오는데

팜유 3남매의 먹방과 김대호 아나운서의 먹방은 그 결이 달랐다.

팜유 3남매의 목포 먹방을 보면 지역 상권의 활성화, 맛과 멋, 먹는 것의 즐거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었지만 뭔가 먹고 싶다, 목포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뿐. 그뿐이었다.

그러나 김대호 아나운서의 먹방은 백숙 하나를 먹더라도 산을 돌아 약수를 받아오는 치밀함과

배낭 가득 먹을 준비를 해와도 막상 젓가락을 놓고 오는 허술함이 함께 있다.

막걸리를 마셔도 카메라 앞이 아니라도 맛깔나게 온갖 표정으로 그 맛을 알려준다.

울릉도 가는 배편에서 마신 막걸리, 딱 봐도 경주 법주였다. 

내가 좋아하는 경주 법주. 분명 같은 맛일진대 왜 이렇게 더 맛있어 보이는지?

장소와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술 하나만 보더라도 먹방을 보더라도,

순진하게 울릉도 부동산을 둘러보고 혼자 텐트 치고 주변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그의 인생이 더 맛있어 보이고 더 즐거워 보이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 인생에서도 먹방에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표현과 감정이다.

어떤 음식이든 이를 마주하고 접할 때 

마치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는 듯이 조금은 과하게 표현하며 먹어보자.

아 맛있다. 캬 죽인다. 정말 행복하다. 이렇게 표현으로 시작해서 감정을 일으켜 맛보는 것이다. 

후룹후룹 면치기 소리도 시원하게 내보자. 얌전히 먹는 것보다 1.5배는 맛있다. 


나를 속인다기보다는 속으로 얘기하는 것을 겉으로 더 표현해 보자는 것이다. 

아무래도 혼밥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하면 좋다.

인생도 일도 마찬가지다. 

표현으로 시작하여 감정을 충분히 일으켜 대하면 그것이 맛깔나고 아름다워진다.

꾹 다문 입으로 말없이 행하는 것과 천지차이일 것이다.


이 간단한 인생 진리를 예능에서 깨닫고 나서

딸아이와 저녁 외식 식사 중에 얘기하고 나누어 보았다.

"내가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까?"



사진: UnsplashBon Vi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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