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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Sep 24. 2024

Stop&Go 스킬

완급조절

직장에서의 업무야 말로 롱런 해야 하는 투수의 입장처럼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매번 전력으로 임할 필요도 없고, 매번 시급한 업무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저자도 징글징글한 직장생활 15년이 지났으나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는 사실이 소름이 돋는다.

정년은 더 연장될 것이고 우리는 30년을 매년 전력투구할 수 없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어떤 투수는 완급조절을 참 잘한다고 얘기한다.

완급조절이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피칭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힘을 빼고 던지거나 약점 위주로 스마트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그 완급조절의 묘미를 직장에서도 배워야 한다.


팀원 중에 업무스킬은 좋아도 커뮤니케이션할 때 

'성급하다'라는 인상을 가지게 하는 팀원이 있었다. 

그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바로 이 Stop & Go 스킬이었다.

물론 머리가 빨리 돌아 상황판단이 빠른 것도 있겠지만,

주니어레벨이 일이 손에 익어서 뭐든지 자신감이 조금 붙은 상황이라면

섣부른 업무 진행에 의한 시간 낭비, 커뮤니케이션 비용 부분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은 업무 도구에 완숙해질수록 Why를 묻기 전에 How에 익숙해진다.

업무를 요청받았을 때 머릿속으로 파바박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일에 익숙해지고 손이 빨라졌다 말할 수 있지만, 

가끔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내 역할이 아닌 일, 내부 의사결정을 받아야 할 일을 즉시 처리한다던지

하는 실책을 범한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서야 아차 싶고 상대방을 원망하고, 나는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책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실 이런 실책들이 많아지면 경험이 쌓이는 것이고,

시니어들은 그런 경험치에서 나오는 위험 감지 능력으로 자연스럽게 Stop을 외칠 수 있다.

요리조리 뱀처럼 입맛에 맞는 업무만 골라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꼭 해야만 하는 일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는 스마트함을 가지자는 것이다.


예시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이 간단한 기술이지만 효과는 대단하고, 대신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 이 업무가 잘 되었을 때 어떤 정량적인 성공지표가 있는지, 이 업무를 홍보한다면 한 줄로 어떻게 홍보를 할 것인지 등 'Why'에 대해 묻는다. 여기서 Why란 업무가 할당된 배경 설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Value나 로드맵 상 중요 지점, 통합 경험 측면에서의 개선을 고려해 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브레인스토밍 기술 중에서도 현재 기획 중인 서비스의 미래 모습을 홍보하는 기사를 모의로 작성해 보는 액티비티가 있다. 
마치 기자처럼 사람들을 현혹하는 기사 제목, 기사 한 줄을 써보는 것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업무를 할당받으면 잠시 멈춰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고 제삼자의 시각으로 생각해 보자. 멘토가 있다면 그분은 뭐라고 답했을까 평소에도 물어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두자.
시급한 문제라고 해도 그 자리에서 즉시 대답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보고하고 결정하겠다 또는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든지 시간을 벌어보자. 
아무리 바빠도 이 부분은 잠시 생각해 보겠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방이 눈앞에서 닦달하는 상황에 Stop을 외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한번 완급조절을 함으로써 얻는 이득도 생각보다 크다. 


업무 성격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잠시 소개하자면 CX라던지 디자인이라는 업무는 그 영역이 시각화와 사용성을 넘어 end to end 통합 경험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업무 중복도 발생하지만 역할을 나누기 어려운 gray 영역도 발생하는 복합적인 업무이다. 

이런 유사한 업을 가진 분들이라면 Stop & Go 스킬을 필수 탑재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 UnsplashBen Hers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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