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가?
팀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과도한 책임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팀원이 있다.
책임감은 직장인의 필수 덕목이지만
해가 오래가면 그림자가 길어지듯이
너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 그만큼
불필요한 업무까지 도맡는 경우이다.
여러 조직의 합집합인 회사에서의 어려움은
조직 간, 역할 간의 얽힌 이해관계와 책임 회피 성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조직의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고
역할 사이의 Gray 영역이 없이 밀접하게 티밍 된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때 그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역할별로 보는 관점이 다르고 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시너지도 나오고 휴먼 에러를 줄이는 촘촘함도 나오는 것이다.
너무 책임감이 강한 나머지 이 모든 것을 꿰뚫으며
그래 네 말도 맞다. 네 입장도 이해한다 하는 팀원이 있는데
가끔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 디자이너의 관점이 아닌 기획자 및 개발자의
억울한 사정(?)을 대신 땀을 흘려가며 해명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역지사지도 도가 지나치면
처음에 얘기한 서로 다른 관점에서의 보는 장점이 희석되고,
길어질수록 팀장에게는 개발이 안 돼서요, 기획이 안 해줘서요 하고
남 탓만 하는 핑계쟁이로 보일 수도 있다.
가끔은 스스로가 너무 몰입해 있진 않은지
좌우를 둘러볼 여유가 없거나, 숲 보다 나무 하나하나에만 매달려 있진 않은지
책임감이란 어깨의 짐을 내려다 놓고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디자이너 입장에서만 말했을 때
뻔히 돌아올 각 역할자의 대답을 경험상 잘 알고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치미 뚝 떼고 내 입장에서만 말해볼 필요도 있다.
내가 가까운 선배에게 배운 한 가지 추임새는
'dry 하게 말씀드릴게요'라는 말이다.
상황 다 알고 문제 다 알겠지만 능구렁이들 사이에서 나 혼자 폭탄 껴안고 터질 것이 아니라
나도 내 역할에만 기반해서 말할 것은 하겠다는 추임새이다.
평소 함께 일하는 프로젝트 구성원과는 친절하고 상호 존중하는 태도, 웃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쉬운 상황에서는
dry 한 톤으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내 역할에 충실한 의견을 소신껏 발언해야 한다.
우리는 남이 아닌 가장 먼저 우리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