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자꾸 누르면 터져요
너무나도 쉽지만 가끔 놓치기 일쑤인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일정-품질 세 가지의 Trade-off이다.
한쪽을 줄이면 다른 쪽에도 영향이 간다고 해서 일명 세 개의 풍선이라고 후배들에게 말하곤 했다.
사람은 한정적인데 일정을 말도 안 되게 당긴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 수준과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소리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데, 가끔 보면 이런 개념을
커뮤니케이션 제1 무기로 활용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에서 마감일이나 오픈일을 정해두고 역산하여 일정을 수립하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사람은 늘리거나 줄이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 가장 문제가 바로 품질인데,
3~4명이 몇 달간 고생해서 만든 산출물을 슬쩍 들이대 보고는,
1~2명의 적은 인력이 1~2달 만에 유사하게 후딱 만들어내길 기대하는 얌생이들이 있다.
심지어는 부사장급 임원의 입에서 글로벌 회사에서 수백 명이 몇 년간 개발한 시스템을
우리는 1년이면 만든다는 헛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 가장 커뮤니케이션 상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품질,
예상 산출물에 대한 컨센서스인데 참 어렵다.
내가 먼저 프로젝트 시작도 전에 품질이 낮을 것이라고 말하기란
실무자 입장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상향평준화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단순하게는 업무의 범위를 줄이는 방법, 디자인의 경우 가장 빈번한 유저 시나리오의 대표화면 위주로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주로 사용하는 사용자의 반복적인 루틴이나 홈, 주 기능 등이 전체의 80%를 이루고 있어 이 범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필요하다. 소규모의 관리자 기능들은 배제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내 업무 역할을 다른 주체에서 돕게끔 하는 것이다.
어떤 업무이든 꼭 내 손을 타야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벤치마킹, 백그라운드 리서치는 줄이거나 자동화하거나 타 주체의 결과를 참고하도록 한다.
디자인에서도 디자인 시스템을 잘 구축한다던지, 모든 화면을 설계하지 않고 공통 가이드를 제공하여 개발이 직접 화면을 구성하고, 이를 잘 검수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는 유연한 플래닝을 통한 시간 확보이다.
디자인 업무의 액티비티는 생각보다 꽤 많고 소요 시간도 굉장히 긴 경우가 있다.
모든 것을 분석/설계하고 진행하는 워터폴 방식이 적합할지, 빠른 수행과 개선으로 진행하는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할지, 설계와 개발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통의 실무자가 2달의 짧은 과제기간이 주어졌을 때 내가 어떻게 그 일을 해내느냐. 못한다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팀장이 바라보는 일잘러들은 시간을 확보하고, 범위를 줄이고, 방법을 고안해서 해내고야 만다. 똑같이 2달치의 업무를 하더라도 사업의 시급성을 이해하고, 과정이 매끄럽고, 결과도 더 좋다.
프로젝트와 과제별로 중요도와 시급도가 다른 것처럼
그 품질보다 사업의 Time to Market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실무자의 본인이 낼 수 있는 100% 품질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유연성을 적용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고 그것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사진: Unsplash의alex vare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