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을 말해도 다른 결과를 낳는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직장에서
일잘러로 손꼽히는 사람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이다.
그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이 말투하나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손이 아주 빠른 것이 장점인 팀원이 있다.
뭔가 얘기가 나오면 마치 그 부분은 내가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겠노라고 외치듯이
후다닥 정리하고 그려내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다만 장기간 그 팀원을 지켜봤을 때
실력에 비해 성과에 손해를 보는 부분이 바로 그 말투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분명 업무에 대해 집중하고, 아쉬운 마음이나 우려되는 마음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피어 평가에서는
항상 어그레시브 하다는 말이 나왔다.
어떨 때는 냉소적이고, 아님 말고 식으로 던지는 말투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지켜보니 말투가 그럴 뿐 누구보다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자부심이라던지 책임감이 많이 묻어나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그 팀원과 얘기를 해보니 싸울 땐 싸워야죠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말투에서 받아들여지는 일종의 부작용인 거북함,
부정적 에너지가 작용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본인의 말투의 장단점을 인지하고 이를 고쳐나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슨 말을 해도 예쁘게 말하고, 설득력이 배가되고,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게
말하는 것은 직장에서 굉장히 필요한 능력이다.
그 팀원과의 면담은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소프트스킬에 대해 팀장-팀원의 관계는 약간 서먹한 구석이 없지 않다.
업무를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역량을 이렇게 집중하자고는 쉽게 말해도
말투를 바꿔라 태도를 바꿔라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을 흔드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팀원 모두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에둘러 말할 수밖에 없었다.
말투는 직접 대화에서 뿐만 아니라 이제 같은 공간에 있어도 더 익숙한
메신저나 메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너는 들어라 나는 할 말을 전한다 식의 배려 없는 텍스트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배제된 환경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비수처럼 날카로운 경우가 있다.
특히 티밍이 안되어 서로의 성향을 잘 모르는 경우 더 그런 면도 있다.
한 가지 예로 바쁜 타 팀의 인력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보가 포함된 메일을 우선 보내놓고 설명한다고 'fyi'(for your information) 단어
하나로만 재전송한 게 바쁘고 정신없었던 타 팀의 인력에게 굉장히 기분 나쁜 오해를 사버린 경우가 있었다.
서로 얘기해서 풀렸다고는 하지만 보낸 사람은 fyi가 뭐 대수냐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받은 사람은 지원 요청하면서 최소한의 예의도 없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업무를 시작했으니 그 이후부터 업무 성과까지 삐그덕 대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마지막으로 말투라기보다는 대화법에 가깝지만
장단에 자진모리가 있듯이 하고자 하는 말을 강약을 주어 말하는 법도 터득해야 한다.
어느 말 잘한다고 자부하는 팀원은 마치 틀어놓은 수돗물처럼
일정하게 콸콸콸 자신이 할 말을 이어서 숨도 안 쉬고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일명 직장인 래퍼인데,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만
핵심만 말한다기보다는 변두리 이야기가 많아서 굉장히 두루뭉술하고,
요점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고, 서론이 길다가 갑자기 결론으로 가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몹시 피곤한 스타일이다. 경청을 하려 해도 미안하지만 자꾸 끊게 된다.
이런 부분도 본인이 잡담을 줄이고 핵심을 전달하는 연습을 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
외운 정보를 줄줄이 말하는 것은 쉬워도, 그 내용의 핵심을 전달하는 것은 연습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캐치프레이즈 중에 'Talk less Say more'라고 스스로 만들어본 것이 있다.
영어 뜻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잡담은 줄이고 중요한 언급은 늘려 보겠다는 스스로의 개선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