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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Aug 31. 2022

게으름을 이기는 관성과 환경설정

계획-역치-관성-환경설정-꾸준함

나는 게으르다.

나는 게으르다는 말을 싫어했고, 게으른 사람을 경멸했지만 

마흔에 가까워지며 나를 가만히 지켜보니 나 또한 게으른 사람이었다.


내가 게으른 사람이라는 깨달음과

내가 게으른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충돌하며

어떻게 하면 게으름을 이길 수 있을지 책을 읽고, 사색을 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계획을 세우고 이에 대한 실천을 하면 될 뿐이라는 쉬운 접근이었다.

이전의 나는 무엇을 하든 계획에 대한 강박이 있었고,

계획하는 것 자체로도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계획을 짜는 것이야 말로 게으름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계획을 짜는 동안만큼은 게으르지 않았고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수많은 계획이 흘러가고 손에 남은 것은 

여전히 나는 게으르다는 생각뿐이었다.


계획은 모래알처럼 형채가 잡혔다가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쉬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세울 때 바라본 계획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잊히는 게 더욱 크지만


그래서 어느 책에서 찾은 해답은 관성이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시작만 하면,

예를 들어 지금처럼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기야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쓰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전거 페달처럼 밟기 시작하는 시점에야 

몸 전체의 무게를 이용해서 

그 저항을 이겨내는 것이다. 

이미 굴러가는 바퀴는 가벼운 힘으로도 저절로 굴러가는 것처럼 

관성을 이용하자.


하지만 나의 관성의 무게는 무거웠다. 녹이 쓴 자전거 같았다.

계획대로 실행하려는 역치는 높았고, 관심을 뺏는 것들은 많았으며, 열정은 식었다.

거기다가 저질 체력까지.. 운동하는 체력이라기보다 행동력의 부족이었다.


또 어느 날 다른 책에서 환경 설정이라는 해답을 봤다.

높은 관성의 벽을 허무는 일종의 장치를 곳곳에 해두는 것에 대한 것이다.

알람을 맞추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작은 것들을 한다.

스마트폰 알람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스마트 워치를 이용하여 작은 알람을 설정해보자.

쉽게 접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게임 같은 부류는

일부러 접근을 어렵게 하고 일부러 인생에 중요한 목표와 곁에 두어서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은근히 하게 하는 넛지의 반대로 은근히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 11시 반에 울리는 알람은 더 이상 스마트폰을 보지 말자는 

  디지털 프리 시간을 일깨워준다.

- 인터넷, 게임, SNS 등 수많은 타임 킬링 앱들은 하나의 폴더에 넣고 

   가장 싫어하는 말로 폴더 이름을 정해준다. (인생 시간낭비 폴더)

- 계획상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장 하기 힘든 것일 수 있다.

   이것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할 수 있도록 쪼개서 가장 우선으로 한다.


이러한 소소한 환경 설정들을 시공간적으로 

예를 들어 벽에 붙이는 메모로도, 알림에도, 배우자나 친구를 통해서도,

여러 군데에 뿌려놓으면 생각보다 인생이 패턴화 된다.


모래알 같았던 원대한 계획 대비 빈약한 실천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하루에 5분, 10분으로 시작해서 단단히 다져나가는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은 꾸준함이다. 실천력도 행동력도 어려운 말이고, 

하루하루 꾸준히 정해진 분량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삶이 짧은 낮과 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꾸준히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사람과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섭리라고 볼 수도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계획-실천의 방법들을 합치면, 
게으름을 타파하는 파이프라인이 된다.
계획은 즐거워 - 역치를 낮추는 환경설정 - 굴러가는 관성 - 게으름 타파하는 몰입 - 패턴의 축적으로 습관화 - 하루하루 꾸준함


Cover Photo by Sammy William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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